양자 컴퓨팅은 전통적인 컴퓨터가 가진 0과 1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정보단위를 고차원적인 매트릭스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꿈의 컴퓨팅' 기술이다. 일반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로 표시되는 '비트(bit)' 단위로 저장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 혹은 0, 1을 동시에 중첩해 나타낸다. 한 번에 하나의 데이터만 읽고 처리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디지털 환경과 달리 한 번에 복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컴퓨팅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양자 컴퓨팅의 최소 단위는 '양자(Quanum)'의 약자를 붙여 '큐비트(Qbit)'라고 부른다. 큐비트 하나당 2개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데 2큐비트는 4, 10큐비트는 1024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셈이다. 2019년 구글이 공개한 양자 프로세서는 53개 큐비트를 활용한다. 한번에 9000조개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1만년에 걸쳐 계산할 연산을 200초만에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이다.
양자 컴퓨팅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컴퓨팅 성능으로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거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과제를 순식간에 해결할 수도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향후 글로벌 양자 컴퓨팅 시장이 5000억달러(685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자 컴퓨팅은 대표적으로 신약개발이나 도시정비, 금융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무수한 화학물을 조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 물질의 효능을 예측하는 모델에 양자 컴퓨팅 접목 논의가 활발하다. 골드만삭스는 선물, 옵션, 주식, 통화 등 기초 자산 가격변화에 따른 파생상품 적정 가격을 찾기 위해 양자 컴퓨팅을 이용 중이다. 엑슨모빌도 천연가스(LNG)선의 글로벌 운송 경로를 정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장기적으로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무기로 주목 받으면서 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IBM, 구글, 인텔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도 막대한 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쏟아 붓고 있다. 실제 중국과학기술대학(USTC)은 지난해 6월 66큐비트 프로세서를 개발해 공개했다. IBM(64큐비트), 구글(53큐비트), 인텔(49큐비트) 등을 제치고 글로벌 최고 수준 성능을 구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를 중심으로 양자암호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도 2030년까지 양자기술 전문가 1000명 양성과 함께 50큐비트급 한국형 양자 컴퓨터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현재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 비교>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