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43〉정부가 친환경자동차 산업 육성에 고민이 많은 이유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국내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친환경자동차 판매량은 35만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20.2%를 차지한다. 등록대수 기준 2021년말 116만대로,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4.7%가 친환경 자동차다.

국내 친환경자동차 중에는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모두 판매량과 등록대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 하이브리드차 400만대 등 총 850만대를 보급할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경제 상황 급변으로 정부 정책에 대폭 수정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43〉정부가 친환경자동차 산업 육성에 고민이 많은 이유

사실 친환경자동차 보급을 보다 급격히 늘리고 발빠르게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도 나름의 터전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려는 것이 정부 의도다.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친환경 자동차를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을 먼저 구축해 주어야 한다. 수소자동차 충전소,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43〉정부가 친환경자동차 산업 육성에 고민이 많은 이유

하지만 최근 국내외 물가 수준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물가 인상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으며 정부 역시 고강도 긴축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자동차 관련 인프라 조성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것은 전반적인 정부 정책 흐름과 반대되는 것이다. 바로 최근 자동차 업계와 정부가 고민하는 대목이 여기에 있다.

현재 친환경 자동차 관련 인프라 구축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충전속도 개선을 위한 전기차 보급 대비 급속 충전기 구축 가속화를 위한 지원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설치한 전기자동차 충전기 유지 보수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고장정보 시스템 개선 및 제도 정비를 통한 고장방치·수리지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전기차 보급에 따라 절반 이상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특성을 고려, 노후화된 아파트 전력설비 교체·유지보수·증설 등을 전기차 충전기 보급 확대 정책과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할 신규 부지 확보를 위해 추가 자원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자동차는 더더욱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소자동차 충전소는 200개소가 안된다. 또 수소의 경우에는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에 대한 막대한 예산 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내용을 기반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예산 추이를 살펴보면 제3차 계획기간 재정사업 추진과제에서 '저비용 고효율 인프라 구축 확대' 및 '친환경자동차 활용 사회 기반 조성'을 위해 2016년 2286억원 예산이 배정됐으나 2020년 대폭 증액돼 1조3859억원이 배정됐다.

제4차 계획기간(2021~2022) 추진과제별 예산 추이 역시 21년 9068억원에서 22년 1조298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예산 배정 추세는 최근 고물가 기조와 함께 대폭 수정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하다. 정부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은 하나 더 있다.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줄어드는 세수 부분이다. 친환경자동차 전환으로 내연기관차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자동차세 등 자동차 관련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입 비중이 교통시설특별회계의 경우 65.7%, 환경개선특별회계 55.8%, 기후대응기금 44.2%로 교통·에너지·환경세 의존도가 높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한 신산업 육성과 물가 안정 및 재정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