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자신의 오랜 꿈을 전한다.
백건우는 19일 신보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를 발매한다.
'고예스카스(Goyescas, Op. 11)'는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7곡으로 구성됐다. 그라나도스는 고야의 전람회를 본 후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구현했고 이는 그가 남긴 대표적인 피아노 작품으로 남았다.
마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스페인의 색채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고예스카스'는 본래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됐다. 1권에는 '사랑의 속삭임', '창가의 대화', '등불 옆의 판당고', '비탄, 또는 처녀, 그리고 나이팅게일'로 구성됐고, 2권에는 '사랑과 죽음',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가 수록됐었다. 그 후 일곱 번째 곡인 '지푸라기 인형'이 추가됐다. 앨범엔 열정, 사랑, 우아함 등 작품을 관통하는 흐름과 각 곡에 다채롭게 표현된 끝없는 상상력이 가득 담겨있다.
백건우는 뉴욕에 머물던 젊은 시절에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가 연주하는 '고예스카스'를 듣고, 큰 감동을 받고 오랜 시간 '고예스카스'를 꿈꾸며 앨범으로 녹음하길 희망했다고 한다.
앞서 백건우는 쇼팽 녹턴에서 소리와 침묵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고, 슈만 작품집에선 피아노 소리가 어떻게 순수한 감정의 결정체로 빚어질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이번 '고예스카스' 녹음을 통해 백건우는 그의 음악 예술, 피아노 연주 예술의 다른 가능성과 세계를 들려준다.
그가 들려주는 선율은 과거 위대한 오페라 성악가들의 성악 예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현악기가 아닌 피아노를 통해서 이러한 노래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매우 드물다.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는 멀리, 크게 돌고 돌았다. 프란츠 리스트를 통해서 낭만주의 피아노의 정수에 도달했고, 모리스 라벨을 포함한 프랑스 음악을 통해서 프랑스인이 느끼는 스페인을 경험했다. 그는 피아노를 통해 색채를 표출해 내는, 미세한 공기의 진동을 듣는 예술가이다.
이번 앨범 커버 제목은 백건우가 직접 손글씨로 적어 특별함을 더했다. 또 백건우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앨범에 담겼는데,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지는 백건우의 사진들은 대상과 풍경의 구체성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백건우의 음악 세계 역시 외면이 아름다운 연주가 아닌 소리 이면의 진실을 통해서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 백건우의 사진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 앨범은 그동안 발매한 앨범과는 다른 차원의 감상을 선물하고 있으며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음악이 다른 차원으로 걸어가는 이정표 같은 작품이다.
전자신문인터넷 박성진 기자 (real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