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T커머스 채널 쇼핑엔티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미디어사업 재편 일환이다. 예상 매각가로 2700억~3000억원이 거론된다. 기존 유력 원매자인 우체국과 NH농협 외에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도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쇼핑엔티 운영사 티알엔은 매각을 목표로 기업가치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에만 인력이 30%가량 줄었고 사업 조직도 대폭 축소했다. 실적 목표치도 지난해 44억원의 두 배인 90억원 수준으로 높여잡았다. 매각 전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다. 인력 조정 등 비용 감축 효과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쇼핑엔티는 조직 슬림화와 함께 본업인 T커머스 사업도 다운사이징에 돌입했다. 최근 LG헬로비전 19번 채널에서 송출수수료가 더 낮은 1번 채널로 이동했다. IPTV와도 채널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채널 후퇴를 통해 매출이 줄더라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에서는 쇼핑엔티가 매각 전 몸값을 키우기 위한 물밑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출소 이후 그룹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복귀하면 그동안 멈춰있던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쇼핑엔티 기업가치를 회복시켜 제값을 받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쇼핑엔티 매각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다양한 기업이 접촉해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이다. 농산물 온라인 판로 확대를 원하는 농협, 우체국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쿠팡, LG유플러스 등도 쇼핑엔티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는 네이버다. 네이버는 매스 채널인 홈쇼핑과 모바일 쇼핑라이브의 시너지를 통해 중소상공인(SME) 지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에서 W쇼핑 인수를 추진했던 인사가 네이버로 합류하면서 홈쇼핑 시장 진출 여부를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다.
카카오와 쿠팡도 쇼핑엔티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경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시너지를 노린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자체 물류를 활용한 홈쇼핑 상품 즉시배송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기존 사업자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쇼핑엔티 몸값에 대한 괴리가 크고 정부 승인사업인 홈쇼핑 특성상 인수 후보군의 움직임도 조심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 기업이 티알엔 측에 약 3000억원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면서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기업이 여럿 있지만 태광이 원하는 몸값은 그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 측은 "쇼핑엔티 매각을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홈쇼핑 시장 잠재 매물인 W쇼핑과 CJENM 커머스부문(CJ온스타일)도 피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W쇼핑의 경우 예상 몸값이 3700억원 수준으로 쇼핑엔티보다 높다. CJ온스타일은 기업가치가 3조원에 달해 인수 부담이 크다. CJ온스타일은 매각 여력을 높이기 위해 TV채널과 T커머스 채널을 나눠팔거나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