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 R&D 현장을 가다]<5>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차세대발사체로 우주선진국 최신 기술 추격"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우주 선진국인 미국이나 러시아가 가진 우주발사체 최신 기술에 근접하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 한국형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나서겠습니다.”

지난 15일 만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비교적 밝은 얼굴이었다. 지난 6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 당시 언론 등을 통해 비쳤던 딱딱한 표정 대신 한층 부드러워진 미소를 통해 '성공의 여유'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누리호 성공의 의의와 함께 향후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고 본부장은 이내 '비장한' 모습으로 답변에 나섰다.

고 본부장은 앞선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이 우주기술 강국 도약을 위한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주기술 개발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감으로써 그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누리호 성공은 발사체 독자 개발 기술을 통해 국제 우주 협력 가능성을 넓히고 우주개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3차 발사와 함께 종료를 앞둔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에 이어 앞으로 예정된 한국형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이 사실상 본격적인 우주기술 개발의 시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으로 저궤도 대형위성 발사, 달착륙선 자력 발사 등 국가 우주개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고 본부장은 “앞선 누리호와 차세대발사체의 가장 큰 차이점을 탑재 성능에 두고 있다”며 “누리호는 1.5~2톤 규모 탑재체를 싣는 수준이었다면 차세대발사체는 3배 이상을 실어 지구저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발사체는 100톤 엔진 5기 및 10톤 엔진 2기를 탑재한 액체산소-케로신 연료 기반의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될 예정이다.

그는 “심우주 탐사 등을 위해 발사체에 싣는 탑재체가 커지면 이를 싣는 공간인 발사체 페어링도 커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기존 3단형 발사체 형태로 인해 궤도 진입 간 발생하는 2번의 분리 과정 및 과정 내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 하고자 차세대발사체는 2단형으로 개발, 분리 과정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차세대발사체는 엔진부터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고 본부장은 설명했다. 특히 발사체 1단에 엔진을 홀수로 배열(5개 엔진)함으로써 미국 등이 구현한 재사용 발사체 기술까지 연계해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진 추력 확보를 위한 '다단연소사이클' 기술도 확보한다. 이는 엔진 추력 과정에서 산화제와 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한 검은 연기 형태 등의 잔존 열에너지를 다시 태우는 기술로 '거꾸로 타는 보일러'와 같이 열효율을 극대화한 개념이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는 처음 발사체 개발에 도전하면서 현재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력을 구현한 것이라면 차세대발사체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점프한 수준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2031년 이후 우리나라 순수 기술로 개발한 달 착륙선을 나로우주센터에서 차세대발사체로 발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이 같은 도전을 앞두고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고 본부장은 “우주기술 개발 분야는 비용과 시간 많이 투자된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미래를 위해 도전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반드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도전적 연구와 시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대전=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