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결국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을 밟았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금리 0.25%P 인상을 고수하던 한국은행도 빅스텝(금리 0.5%P 인상)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리 시간으로 22일 오전 3시경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는 금리를 다시 한 번 0.75%P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Fed 정책금리는 3.0~3.25%로 3%대 고지에 올라섰다. Fed는 연말까지 금리를 4.5%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국내 시장은 바로 반응을 보였다. 환율이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1400원을 넘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건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일제히 하락했다. 한은은 점진적 금리 인상 카드를 거두고 차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빅스텝 결정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후 '0.25%P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포워드 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이날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다음 달 금통위까지 2~3주 시간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한은 입장 변화는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큰 폭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일제히 금리를 높여 나가고 있다. 지난 7일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7월 빅스텝에 이어 지난 8일 자이언트 스텝으로 보폭을 넓혔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비롯해 이번 주 스위스중앙은행, 노르웨이중앙은행 등이 최소 0.5%P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다.
[표]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표]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 추이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