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쇼크에 '조각 투자' 플랫폼도 비틀

금리 쇼크에 '조각 투자' 플랫폼도 비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대체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던 조각투자 상품도 수익률에 타격을 받고 있다. 주식이나 코인 시장 대비 변동성은 작지만 금리 인상으로 말미암은 자금 이탈, 이자비용 증가 영향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오전 9시 기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의 1호 상장 건물 '안국 다운타우너'의 수익증권은 주당 4100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 건물은 지난 5월 부동산 수익증권의 공모 액면가가 주당 5000원에 이뤄졌다. 핫플레이스의 높은 매출, 운영사의 5년간 장기 임차 계약 등 호재가 많지만 가격 방어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4개월이 지난 시점에 공모가 대비 15% 이상의 시세 하락을 보였다. 특히 가격 하락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두드러졌다. 공모 당시 53억원으로 책정된 건물 가치도 43억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에서도 상장 부동산이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보이는 추세다. 현재 거래가 가능한 4개 상장 건물 모두 이날 기준 공모가 5000원 아래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손실로 전환됐다. 이보다 앞서 매각이 이뤄진 강남구 역삼동 런던빌 등이 14.76%, 역삼동 한국기술센터가 12.24% 누적 수익률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이 조각투자 기대 수익률을 낮춰 잡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테사'에서 조각투자가 가능한 미술품 34점 가운데 마이너스가 아닌 종목은 뱅크시의 '러브 랫'을 포함해 5점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종현, 이건용 등 국내 작가 작품의 경우 판매가 대비 약 8~9% 가격이 빠졌다. 투자 심리 전반이 얼어붙고 있는 만큼 사업자들은 투자자금 이탈에 대한 개별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장만 하면 순식간에 완판된 조각투자 판매에 대한 인기도 예전 같지가 않다.

7월 2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 'I Hope You Don't Mind'는 2개월여 동안 29.83%의 판매율을 채우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플랫폼들도 상장 자체를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영향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수익증권에 선반영된 가격과 실제 자산 매각 시 평가 가격은 다를 수 있다”며 “특히 부동산은 입지, 배당 유무 등에 따라 개별 건물의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