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사실상 퇴출하기로 했다. 앞으로 미공개 정보이용, 시세조종 등을 저지른 전업투자자나 상장회사 임원은 최대 10년 간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계좌개설이 제한되고 상장사 임원을 맡는 것도 금지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역량 강화방안을 25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올해 안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새 정부의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 제고' 국정과제에 대한 후속 조치기도 하다.
최근 5년 간 가장 많이 적발된 3대 불공정거래를 중점 차단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상정·의결된 불공정거래 사건은 총 274건으로, 연평균 54.8건 수준이다. 위반행위 유형별로는 미공개정보이용이 가장 비중이 높고(119건·43.4%) 부정거래(81건·29.6%), 시세조종(64건·23.4%), 시장질서교란(10건·3.6%)이 뒤를 이었다.
그동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적발되더라도 법적 처벌까지 시간이 오래걸리고 부당이득 환수에도 한계가 있었다.
금융위는 “법원 판결 확정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되고 이전까지 위법행위자는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 적시성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범죄를 한 번 저지르면 이를 반복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3대 불공정거래 적발자 중 재범 비율은 2019년 15.4%, 2020년 28.5%, 2021년 21.2%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증선위는 3대 불공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상 규율을 위반한 자를 '거래제한 대상자'로 지정한다. 사안에 따라 최대 10년간 금융투자상품(증권, 파생상품) 신규 거래와 계좌개설이 제한된다.
'거래'란 명의를 불문하고 자기의 계산으로 행하는 직·간접적인 금융투자상품 거래행위를 의미한다. 다른 사람 계좌를 활용한 차명거래, 주식 대여·차입도 금지된다.
불법 행위자는 상장사 또는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우 임원 직위가 상실된다.
구제 요건도 마련했다. 심의 단계에서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조치에 불복할 땐 이의 신청도 받는다. 제재 이후에도 법원 무죄판결, 증거서류 오류 등으로 조치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심의를 해 조치 해제 또는 감경할 수 있다.
지정 사실을 금융위 홈페이지에도 공표한다. 두 가지 제한을 위반한 대상자나 거래를 한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한 상장사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실효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제한 기간 상한 10년이 해외에 비해 과도하게 긴 것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며 “캐나다, 미국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영구적으로 자본시장 거래 또는 임원 선임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갈수록 다양화·복잡화되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적시에 탄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불법이익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투자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자본시장 거래제한과 상장사 임원선임 제한(자료: 금융위원회)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