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물차 보조금이 '편법 재태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화물차를 줄이기 위해 전기화물차 보급 확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기화물차는 차량가격 대비 보조금 비율이 55.8% 수준으로 높다. 전기승용차 21.8%보다 파격적으로 지원해 경유화물차를 대체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원가 4200만원의 차량을 보조금 혜택으로 2100만원에 구매해서 중고차 시장에 3100만원에 팔고 기존 경유화물차를 계속 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화물차를 중고로 되팔면 약 1000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모럴해저드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애초 취지와 달리 편법이 난무하는 것은 보조금 정책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기화물차 보조금은 강제력이 없다.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서 기존에 몰던 경유차를 폐차할 필요가 없다. '당근'만 있고 '채찍'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열매만 따 먹는 '체리 피커'가 나온다.
보조금 정책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도 강제력이 없어서 무분별하게 충전기가 설치돼 비판을 받았다. 보조금 일부는 아파트 관리자나 입주민 대표에게 리베이트로 제공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조금 부실 관리가 몇 번 지적됐음에도 또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책 당국이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보조금도 결국 세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책 취지에 맞게 세금이 쓰이지 않는다면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경유화물차 폐차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앞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경유차 폐차를 의무화하는 것이 맞다. 정책 당국은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정책을 더욱 꼼꼼하게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언제까지 보조금이 줄줄 샌다는 지적이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