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에 작은 그림을 그리듯 10나노미터(㎚)보다 작은 영역에 마음껏 데이터를 새겨넣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이대수 물리학과 교수, 박세영 숭실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 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이지혜 박사 공동연구팀이 뾰족한 탐침으로 데이터를 빽빽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뽀족한 탐침으로 콕 찍어 데이터를 빽빽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찾아낸 연구팀. 왼쪽부터 이대수 포스텍 교수, 박세영 숭실대 교수, 이지혜 서울대 박사](https://img.etnews.com/photonews/2209/1576689_20220926105658_021_0002.jpg)
이번 연구성과는 약한 자극으로도 성질이 쉽게 바뀌는 준안정 상태의 물질을 이용했다. 준안정 상태의 강유전체인 칼슘티타네이트(CaTiO₃) 박막은 탐침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물질의 분극 방향이 바뀐다. 100나노뉴턴(nN)의 아주 약한 힘이면 충분하다.
연구팀은 이 힘으로 분극 전환 영역의 너비를 10㎚보다 작게 만드는 데 성공, 데이터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을 찾았다. 영역의 크기를 작게 할수록 하나의 물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탐침의 힘을 이용한 데이터 저장(왼쪽), 10nm 이하 너비로 그려진 데이터 저장 영역(오른쪽)](https://img.etnews.com/photonews/2209/1576689_20220926105658_021_0001.jpg)
박막 위에 탐침으로 데이터 저장 영역을 그려낸 결과 저장 용량이 1테라비트(Tbit)/cm²까지 늘어났다. 다른 물질로 탐침 기반 저장 방법을 제시했던 기존 연구 결과(0.11Tbit/cm²)보다 10배나 높다. 전기장을 이용한 데이터 저장법과 달리 탐침을 이용한 방법은 적은 힘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자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안정적이지 않은 준안정 상태에서 물질이 오히려 더 높은 성능을 낸다는 사실을 입증한 흥미로운 결과다. 향후 집적도와 효율을 높인 차세대 전자소자에 활용이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기초과학연구소, 기초연구사업,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물리학계 권위지 중 하나인 '피지컬리뷰레터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