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한국문화기술(CT)연구소(소장 전문구)가 개발한 '3D 모션 교정 기술'을 적용해 청각장애인이 수어 해설 영상을 보며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불편함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는 보편화됐지만, 청각장애인의 제1 언어인 한국수어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욱이 기존 수어 번역 서비스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분야 위주로 진행되면서 청각장애인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서비스는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CT연구소는 청각장애인의 문화생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질 높은 문화생활을 구현하기 위해 박물관·미술관·전시관 등 주요 문화 기반시설 해설문을 한국수어로 번역하기 위한 한국수어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했다. 수어 구현의 고도화를 위한 3D 모션 교정 기술을 개발해 서울 중구 소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10월 4~29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능형 전시해설 문자·한국수어 변환 기술 실증 서비스를 시행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미국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1885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으로 불렸다. 현재는 교육·종교·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 근대사를 조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을 방문하는 청각장애인은 수어 번역 체험용 디바이스를 대여받을 수 있다. 전시해설문에 부착된 QR 코드를 디바이스가 인식하게 하면 아바타가 한국수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박물관 1~2층인 상설 전시공간에서는 '최초의 근대교육 기관인 배재학당' 수어 해설을 시작으로 총 13개의 전시해설 수어 변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전시 해설사의 음성 해설을 수어로 번역하는 서비스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이번 실증 서비스에서는 아바타 수어 구현 고도화 기술을 통해 김소월의 대표작 '진달래 꽃'을 청각장애인에게 수어 번역 서비스로 구현해 현장에서 시의 매력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CT연구소는 2020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기술 연구 주관기관 지원 정책 지정과제'에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2년여 동안 문화기반시설의 전시해설과 안내 방송을 문자 및 한국수어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번 기술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기관인 전남대와 위치스(대표 고미아), 위탁연구기관인 한국농아인협회광주시협회(협회장 김상완)와 협력해 왔다.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김미란)과는 2020년 업무협약을 맺고 복지관 수어 통역팀의 자문과 전문 인력을 통해 수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CT연구소는 연구 결과물의 우수성 검증을 위해 이번 실증 서비스 기간 중 청각장애인 체험단을 구성해 사용성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실증 서비스 이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추가로 확장된 수어 전시해설 서비스를 청각장애인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전문구 소장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실증 서비스는 청각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생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실질적인 서비스 구현이 목적”이라며 “CT연구소의 고도화된 수어 서비스를 통해 청각장애인도 소외됨 없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CT연구소는 문화산업진흥법 제17조5(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문화기술 연구 주관기관의 지정 등)에 따라 지스트에 설립된 문화기술 연구기관으로 현재 문화기술 연구개발 정책지정과제를 비롯한 문화유산 3D데이터 활용 실감콘텐츠, 인공지능(AI) 기반 예술융복합 창작, 미디어파사드 매핑기술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국가 문화산업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핵심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