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정유사에 판매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부정경쟁방지법 및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1월 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석유사업법 시행령은 정유사에 판매처별 및 지역별 판매가격 공개 의무를 지운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각 정유사는 지역별 시·도 단위로 판매한 석유제품 가격 및 판매량을 '보고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 또 판매한 석유제품 평균가격을 일반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처별로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이 가운데 주유소에 판매한 가격은 지역별로 다시 구분해야 한다.
정부가 석유제품 판매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한 것은 정유사간 경쟁을 촉발시켜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휘발유와 경유가 시·도별로 ℓ당 100원 이상 가격 편차를 보이는데다, 개별 대리점과 주유소는 공급받는 석유제품 가격 수준을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별 가격 모니터링 체계 강화로 시·도별 가격 편차를 완화하고, 대리점과 주유소의 석유제품 선택권을 넓혀 정유사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복안이다.
정유업계는 반발 태세다. 당장 판매처별 판매가격 공개가 위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판매처별 판매가격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각 정유사는 석유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다양한 영업전략을 펼치는데, 판매처별 판매가격은 엄격한 관리를 요하는 영업 정보라는 것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판매처별 판매가격이 공개될 경우 경쟁사는 과거 정보 등을 토대로 상대의 장래 판매가격을 예측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정유사 영업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돼 경쟁상 이익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소지도 불거질 수 있다. 헌법상 영업 자유가 제한되는 만큼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목적 정당성과 방법 적합성, 침해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정유사의 중요한 경영상 의사 결정에 규제로 작용하는 만큼, 헌법에 따라 자유로운 영업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정부가 판매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정유사 간 판매가격차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라면서 “오히려 정유사가 경쟁사 가격결정 구조를 학습함으로써 판매가격이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정유사에는 '규제'가 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도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정유업계 의견을 충분히 감안하고 수렴, 검토해 제도 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산업부, 석유사업법 개정안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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