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투자가 뚝 끊겼다. 유니콘을 꿈꾸던 많은 핀테크기업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청산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출현하고,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서 밤낮으로 돈을 빌리러 다니는 최고경영자(CEO)가 다수라고 한다. 핀테크 빙하기다. 경기 침체 여파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고, 많은 핀테크 기업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 운용도 문제지만 더욱 뼈아픈 건 각종 '손톱 밑 가시' 규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오픈뱅킹 등 한국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던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이례적으로 핀테크 기업 대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위 상임위원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들으며 머리를 맞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에 말 한 번 못한 중소 핀테크기업 CEO들의 말문이 터졌다. 오픈뱅킹 등 뚝심있게 핀테크 진흥을 기치로 내걸고 이를 실행에 옮긴 권 상임위원을 만나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많은 기업은 생명을 최소한 부지할 수 있는 동아줄이 되어 줄 '규제 샌드박스'를 좀 더 활성화해 달라고 읍소했다.
생사의 기로에 선 한국 핀테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권 상임위원을 주축으로 하는 별도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크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금산분리 완화다. 지금은 불투명한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다. 필요하면 지분 한도와 관계사 거래 제한 등 규제장치도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다. 대형 금융사와 대기업의 지갑을 하위 리틀 유니콘을 위해 열어야 한다. 둘째 대형 금융사·빅테크와 함께 벤처 성격의 핀테크를 육성하는게 필요하다. 올해 들어 세계적인 금리상승과 금융긴축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시장 실패 또는 취약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초기투자 펀드를 설립하거나 자금 수요가 많은 예비 유니콘들의 성장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투자와 함께 기술인력 지원을 위한 벤처 스톡옵션이나 병역특례 활용 등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자산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자 보호와 신산업 육성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균형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