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의 기체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비닐, 합성고무 등 다양한 석유화학 물질의 원료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최근 석유 대신 이산화탄소로 에틸렌을 만드는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이 이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전환 과정에 양이온이 미치는 영향을 샅샅이 밝혔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최창혁 화학과 교수·김형준 KAIST 화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기이중층 내 리튬, 나트륨과 같은 알칼리금속 양이온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이산화탄소 환원반응의 활성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기존에 양이온이 반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관자로 알려져 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반응은 이산화탄소와 물의 반응을 통해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나오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실제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반응 작동원리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 상용화에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양자 역학에 기반한 원자 수준의 계산화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전해질 계면 내 양이온과 반응물의 움직임을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양이온이 반응 중간체인 이산화탄소와 직접 결합하며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양이온 농도에 따른 에틸렌 생산 속도를 측정, 양이온 농도와 생산 속도가 실제 비례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극 주변 전기이중층 내 양이온 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전극-전해질 계면 제어 기술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고성능 에틸렌 생산에 성공했다.
최창혁 교수는 “양이온과 반응 중간체 결합이 에틸렌 생산을 위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핵심 작동원리임을 밝힌 결과”라며 “향후 이 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핵심 접근법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수전해 기술 등 다양한 에너지 산업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