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항구도시 에스비에르(Esbjerg)는 덴마크 산업 대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 서부 연안에 위치한 이 항구도시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에서 해상풍력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운영·관리(O&M)를 위한 전문기업이 생겼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변전소 공급으로 방향을 선회한 기업도 나타났다. 지역 산업 생태계가 해상풍력 기반으로 대전환하고 있다.
에스비에르는 지난 200년 동안 총 3차례 산업 변천사를 겪었다. 초기 소규모 농장을 주로 운영하던 에스비에르는 1800년대 항구 개발과 함께 어업이 대규모로 발달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북해 석유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가스전 개발 산업을 활발하게 육성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쇠퇴가 예정된 화석연료 산업에서 대규모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 산업으로 꾸준히 전환하고 있다. 덴마크 혼스 레브(Horns Rev), 독일 비야 마테(Veja Mate), 영국 혼시(Horn Sea) 등 북해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구축되면서 배후의 거점항만 역할을 하고 있다.
예스퍼 뱅크(Jesper Bank) 포트 에스비에르(Port Esbjerg) 최고사업책임자(COO)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항구의 전체 구조물들이 커지고 선박도 커져야 한다”면서 “20년 전만 해도 작은 어선만 오가던 항구에 에펠탑 크기 선박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 COO는 이어 “에스비에르 항구는 해상풍력발전 산업으로 인해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을 정도”라면서 “젊은 인력이 해상풍력산업 일자리에 대해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포트 에스비에르에 따르면 에스비에르의 6만개 일자리 중 25%는 에너지 연관 산업이다. 이 중 일자리 1만개는 항구에서 발생했다. 에스비에르 항구는 59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약 4150개 해상풍력발전 터빈을 운송했다. 에스비에르는 덴마크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허브(Hub)'로 거듭나고 있다.
에스비에르에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유지·보수를 위한 기업도 생겼다. 해상 인력운송 전문업체 MHO-CTV는 에스비에르 항구에서 해상풍력 발전단지 관리 인력 운송 사업을 벌였다. 직원이 약 68명인 이 업체는 어업에 종사하던 선박 전문인력이 주로 활동한다. 과거 어업에 종사하던 인력이 해상풍력 산업 종사자로 전환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선박운송에 숙련된 전문인력이 근무하는 점이 이 기업의 장점이다.
MHO-CTV는 현재 5개 선박을 활용해 유럽의 4개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전문인력을 운송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혼시2'를 운영·관리하는 전문인력을 운송한다. 향후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는 중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이든 보이대니(Aydin Vojdani) MHO-CTV 선박·HSEQ 담당자는 “선박에는 개인 샤워실 등을 갖춰 육지로 갈 필요없이 숙식하며 해결할 수 있다”면서 “항해와 항구 정박을 위한 추진, 안전시스템을 갖췄고, 14일 정도 해상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에스비에르에 본사를 둔 셈코 마리타임(Semco Maritime) 또한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해상풍력발전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1980년 설립된 셈코 마리타임은 주로 화석연료 사업자에게 변전소를 공급했다. 2003년부터는 해상풍력 변전소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향후에는 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시모네 해링(Simone Harring) 셈코 마리타임 재생에너지 사업개발 담당자는 “현재 화석연료 사업 비중 65%,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 35%인 것을 2027년에는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 65%, 화석연료 사업 비중 35%로 바꾸겠다”면서 “대형 전력계통 사업에 참여해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에스비에르(덴마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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