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육 확대 '공염불'...지역별 디지털 격차 우려

지난 3일 열린 교육과정 총론 시안 검토 공청회에서 장상윤 차관이 격려사를 하는 동안 한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담은 피켓을 들어 시위하다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사진제공=교육부
지난 3일 열린 교육과정 총론 시안 검토 공청회에서 장상윤 차관이 격려사를 하는 동안 한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담은 피켓을 들어 시위하다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사진제공=교육부

정보교육 확대가 새 교육과정에서 학교장 재량에 맡기는 안이 유력시 되면서 디지털 역량 격차 우려가 커졌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도 '정보교육 시수 확대'를 내세웠지만, 확대 부분은 부록에 싣는 등 교육과정에서 정보교육을 홀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 체제에서도 지역별로 두 배 이상 수업시수 차이가 나는데 학교장 재량에 맡기면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범부처가 마련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서 명시한 정보교육 두 배 확대는 교육과정 공청회 시안에서도 권장 수준으로 제시됐다. 앞서 정부는 대학 규제 완화와 초중등학교 정보 교육 두배 확대를 골자로 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현 초등 17시간, 중등 34시간을 초등 34시간, 중등 68시간으로 늘린다는 뜻이다.

정보교육 확대는 대학 정원 규제 완화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 과제로 언급했지만 정작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편성·운영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학교장 재량에 맡겼다. 새 교육과정은 한 학기 17주 기준 시수에서 16회 수업을 하고 한 번은 자율 편성을 하는 식으로 학교장 재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만 마련했다. 모든 수업에서 남는 한 번씩 수업을 모아 추가되는 34시간을 확보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일 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범부처가 8월 발표한 디지털인재양성 종합방안의 핵심 내용
범부처가 8월 발표한 디지털인재양성 종합방안의 핵심 내용

지난달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된 후 확대 필수화를 뜻하는 '편성한다'는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공청회 시안에서도 유지됐다. 교육부는 “정보 과목 시간 배당 기준에 대해서는 타 교과와 형평성, 학교 자율시간 운영 기준 등을 고려해 현재 시안을 유지한 것”이라면서 “2차 국민 의견 수렴,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수정·보완해 나가겠다”는 정책연구진 의견을 전달했다.

가장 우려 부분은 지역별 격차다. 지난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도교육청 자료를 취합해 비교한 지역별 정보교육 시수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대구는 78.8시간, 광주는 26.2시간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중학교 시수까지 합치면 137.8시간(대구)과 66.2시간(광주)으로 차이는 두 배가 넘는다. 현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는 34시간 '편성한다'는 표현으로 시수 확보를 강제하고 있어 광주 지역은 기준만 겨우 지킨 셈이다.

학교별 수업 질적 차이도 크다. 한 교사는 “정보 교육에 의지가 있는 교사가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코딩을 다른 과목에 접목까지 해서 가르치는데 어떤 학교에서는 멀티미디어 교육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첫 시안에서는 초등 실과 과목과 중등 정보교육이 연계되지 않은 부분과 초등 실과에서 정보교육 확대 부분은 '부록'으로 실린 점 등도 지적됐다. 최근 실과와 정보교육 연계 부분은 수정이 됐지만, 수업 확대와 부록 수준에 그쳤다. 서정연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 이사회 의장은 “소도시나 농산어촌이 문제”라면서 “정보 수업은 실습이 필요하고 교사 역량과 예산도 중요해 학교장이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큰데 결국 지역별로 디지털 격차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