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선민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모빌리티 산업, 광주 미래 먹거리”

AI 펀드 1천억원 조성…취임후 국비 2천억 달성 등 굵직한 성과
빛그린산단 기아차 이전해 미래차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해야

김선민 제9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이 11월 15일 자로 2년 8개월간 임기를 마무리한다. 전임 원장 잔여임기 8개월과 2년 임기 종료를 앞둔 김 원장은 코로나19 대혼란과 대통령 및 지방선거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견고한 리더십을 발휘해 임직원의 두터운 신망과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소탈한 성격으로 격식 없이 친근하게 직원과 소통하고 섬세한 행정력과 밀도 있는 업무관리로 굵직한 혁신 성과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AI) 선도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의 정책에 맞춰 1000억원이 넘는 AI 펀드를 조성했으며 '광주형 소재부품 산업' 육성 계획을 만들어 세밀하게 추진해왔다. 2015∼2019년 연평균 400억원대 국비 사업을 부임 첫해인 2020년 1323억원, 지난해 1895억원으로 늘렸다.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초과해 2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민 제9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은 “모빌리티 산업이 광주 미래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아차 광주공장을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해 국내 최대 자동차 소재부품·조립·연구 집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제9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은 “모빌리티 산업이 광주 미래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아차 광주공장을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해 국내 최대 자동차 소재부품·조립·연구 집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광주 최대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을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 산업 구조에서 전기자동차·자율차 미래차 중심 산업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면서 “모빌리티 산업이 광주 미래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빛그린 산업단지 인근에 미래차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기아차 광주공장도 빛그린 산단으로 이전해 국내 최대 자동차 소재부품·조립·연구 집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달 여일 임기를 남겨 둔 김선민 원장을 만나 퇴임 소회와 주요 성과, 퇴임 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도전 및 운영 철학은.

▲광주를 '정치의 도시'에서 '산업의 도시'로 전환하고자 하는 바람이 제일 강했다. 광주는 우리나라 민주화 중심에 있는 정의의 도시지만 오랜기간 소외와 차별을 받아 경제적으로 낙후됐다. 광주가 산업화에 앞선 도시들을 추월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모빌리티, 인공지능(AI) 산업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28년 근무하던 공직생활을 마치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제가 나고 자란 지역을 위해 더 활용하고 싶었다.

-2년 8개월 임기를 마치는 소회는.

▲학창 시절을 보낸 광주에서 첫 기관장을 맡게 돼 기뻤지만, 지역 내 약 9000여개 제조업체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 자리이기에 책임감 또한 무겁게 느끼고 일을 시작한 것 같다. 현장경영을 가장 중시해왔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화 되면서 직원과 지역 기업과 좀 더 친밀하게 못 지낸 점이 아쉽다.

-그동안 주요 성과를 자세하게 소개해 달라.

▲첫 번째로 지자체 중 최대 규모 펀드 조성·운영이다. AI 창업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자체 자금 100억원을 바탕으로 2020년 총 1098억원 규모 AI 1차 펀드를 결성했다. 현재까지 전국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투자 816억원, 연계투자 3040억원 등 총 3856억원을 투자했다. 추가로 올 연말까지 집행 완료 시 총 5000억원 이상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1200억원 규모 2차 펀드도 11월 중 조성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국비 사업 5배 증액 유치이다. 취임 전 국비 사업 유치 규모는 과거 5년간 연간 약 417억원 수준이었으나, 취임 후 매년 1000억원 이상 국비 사업을 유치했고 올해는 기존 성과를 넘어선 2000억원 규모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산단대개조사업 약 76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광주 미래산업 청사진을 제시한 점도 꼽을 수 있다. 광주지역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테크노파크가 제안한 미래 모빌리티 선도도시 구축,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이 새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됨에 따라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다. 기아차 이전과 서남권 국제산업단지 조성 등도 제안했다.

-광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미래 모빌리티 특화 산단 조성을 해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 특화 산단 조성사업은 100만평 규모 미래차 인프라와 실증시설 등이 집적된 특화단지이다.

광주지역 제조업의 매출액은 33조6000억원이며, 자동차산업 매출액은 14조5000억원으로 제조업 대비 자동차산업 비중은 43%에 달한다. 자동차 연관산업까지 합치면 약 60%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모빌리티 특화 산단 조성을 통해 AI, 이차전지, 에너지 분야 자동차 연관산업이 성장할 수 있으며, 광주지역 인구 유입, 복지·문화, 소비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의 공약인 미래 모빌리티 선도도시의 핵심인 선도공간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광주 미래차 산단 조성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래차 소재부품 특화단지 조성과 특화단지 앵커 기업 유치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서남권 산업국제단지 조성도 중요하다. 현재 서남권 산업단지는 섬과 같이 서로 연계 협력 어려운 구조이다. 서남권국제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대불-영광-광주-군장-새만금-평택을 잇는 '신서해안국제산업벨트'를 구축 완성하고 2단계로 동서를 잇는 '남부국제산업벨트' 조성이 필요하다.

11월 15일자로 2년 8개월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선민 제9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11월 15일자로 2년 8개월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선민 제9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아쉽거나 미흡한 부문은 없는가.

▲아쉬운 점을 얘기하자면 기아차 광주공장 이전이다. 광주가 국내 최대 모빌리티 산업단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빛그린 산단으로 이전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기아차는 2025년까지 29조원을 투자해서 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중장기 미래 전략 'Plan S'를 공개했다. 현재 노후화된 광주공장 설비로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양산이 어렵고, 내연기관차 중심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어 생산설비 재편이 필요한 실정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및 주요 협력사를 이전하게 되면 부품기업 간 근거리에 위치함에 따라 원활한 부품 수급 및 재고 적재공간 공용이 가능하다. 부품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개방형 협력을 통한 지역 미래차 최종 수요처 납품 연계 및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통해 미래차 전환에 대비한 수평적 신협력 패러다임을 창출해 지역 거점을 넘어선 국가 자동차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입주 기업이나 예비 창업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소재부품 기술개발 중심으로 노력했으면 한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에 대한 국가 정책 지원에 힘입어 국내 업계 국산화 노력과 대일 무역규제 역조가 개선되고 있다. 차세대 소재부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집중해 소재부품 시장에서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다.

차세대 소재부품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핵심 원천기술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모빌리티,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발전이 자동화, 융합화를 지향하는 만큼 소재부품은 핵심 요소기술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수준이 높다. 적절한 판만 깔아주면 높은 성과를 거두는 훌륭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문제다. 규범을 지키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줘야 한다.

예비 창업자 또한 급하게 일부터 벌이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준비 작업이 선행되고 창업하길 바란다.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ESG 실천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성과는.

▲지난해 광주 첨단산업단지 내 14개 기관과 함께 '첨단 산단 사회적 가치 커뮤니티'를 출범했다. 커뮤니티는 사회·경제·문화·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적 이익 추구와 공동체 상생에 대한 공공기관과 기업의 노력을 촉구하고 첨단 산단 입주 기업과 지역에서 사회적 가치 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그동안 추진 활동으로는 첨단 산단 도로 주변에 대해 풀베기와 쓰레기 줍기 등 정화 활동을 '광주첨단산단 클린데이'라는 명칭으로 추진해왔고, 김장 봉사, 단체헌혈, 전산 및 폐 토너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 특별한 점은 지역 내에 만 20세가 되어서 보육원에서 보호 종료가 끝나는 아동들을 채용해 사회활동의 기회를 제공했다.

첨단 산단 커뮤니티의 사회적 가치 실현 활동이 광주지역 전체에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했으면 좋겠다.

-책을 쓰고 있다는데.

▲이제까지 인생 경험에 비추어 아들과 딸에게 남겨주기 위한 글을 하나 쓰고 있다. '각자도생'이라는 가훈대로 의견과 선택은 믿고 존중하되, 제 살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식에게 인생을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고 싶어 건강, 사랑, 가족, 일, 돈, 취미 이렇게 여섯 가지 테마로 나눠 쓰고 있다.

-퇴임 후 계획은.

▲퇴임 후 아직 정해진 계획은 없다. 다만 29년간 공직생활과 산업·경제 전문가로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 전문성을 살려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으면 헌신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광주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광주테크노파크는 전국 19개 테크노파크 중에서 7~9등 정도하고 있지만, 실제 개인적인 역량 측면에서는 3위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지역 산업 발전에 계속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직원 과 광주시민의 건승과 가정의 행복을 마음으로 늘 기원하겠다.

◆김선민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은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국무조정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실물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산업부 초임 시절 정량 주유 기준 정립, 가스산업 구조 개편, 에너지 가격 개편, 국제에너지기구 가입 등 에너지 분야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중소기업청 초임 과장과 산업부 실물경제종합지원단 부단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애로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수출 촉진과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도 기여했다. 국무조정실 산업과학중기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중대한 위기관리, 신고리 공론화 같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좀 더 큰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산업부 무역정책과, 무역투자실장 재직 시에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수출만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산업과 부가가치가 큰 신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