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가전, 소셜미디어와 영상 스트리밍 등 매일 쓰는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나 서비스의 '행동중재자 기능'이 행복감을 높여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차중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학과 교수는 'ICT 적용 제품과 서비스 사용 경험이 다양한 긍정적 감정을 일으키고, 장기적 행복감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580개 ICT 적용 제품과 서비스를 장기간 사용해 온 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험 샘플링 분석 결과다.
김 교수는 ICT 적용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낀 감정을 하루 세 번씩 일주일 동안 조사했다. ICT 적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긍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기준을 '사물(Object)적 기능' '도구(Instrument)적 기능' '행동중재자(Enabler) 기능'으로 구분하고 순간적 행복감과 장기적 행복감의 차이를 분석했다.
사물적 기능은 제품이 주는 아름다움 같은 감각적 경험, 도구적 기능은 제품 기능이나 사용에 따른 성과 등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경험을 각각 말한다. 행동중재자 기능은 제품 사용이 자아 정체성 확립이나 사회적 관계로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ICT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 때 느끼는 장기적 행복감은 '행동중재자 기능'을 경험할 때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행복감은 사물적·도구적·행동중재자 기능에서 모두 비슷했다.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에서 다양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때 장기적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ICT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이 기존 심미성이나 도구성을 넘어 '행동중재자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은 미학 또는 도구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이 두 가지 역할은 단기적 만족도는 충족해도 장기적 행복감에 기여하기는 어렵다는 걸 밝혀 냈다”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행동중재자 역할을 할 때 다양한 긍정적 감정을 유발하고, 이것이 사용자의 장기적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윤정균 미국 코넬대 교수팀이 참여해 공동 진행했고, 한국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과제 지원을 받았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