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준금리 3%' 진입

한은, 두 번째 빅스텝 0.5%P↑…“고물가 지속, 인상 기조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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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3.0% 고지에 올라섰다.

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2.5%인 기준금리를 3.0%로 0.5%포인트(P) 인상했다. 올해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다섯 번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1999년 기준금리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올해만 여섯 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날 회의에서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은 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진입

금리 3% 시대는 2012년 10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가장 큰 요인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2개월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미 금리 차로 말미암은 원·달러 환율 상승도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연초 1100원대 후반이던 환율은 어느새 1400원을 돌파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 영향 등이 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P 인상)을 밟는 등 큰 폭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가고 있어 한은도 인상 행렬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총재는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및 국제 에너지 가격 움직임 등 대외 여건 변화와 그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다음 달 24일 회의에서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올릴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남겼다. 이 총재는 “인상 기조는 가져가지만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다양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가계와 기업 부채 문제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1757조9000억원에 이른다. 가계 이자 부담의 주범인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에 이어 11월에도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서 금리가 1.0%P 오르면 12조2500억원의 기업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다중 채무자, 저소득자,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크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정부 금융·재정 정책이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빚내서 집을 산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인상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조정되는 것이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