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DT시대, 기업 DNA 디지털로 바꿔야

“IMF나 금융위기 때는 재무구조 개선, 지금의 글로벌 복합위기 때는 디지털 전환"

'디지털전환'(DT)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진된 이 변화의 물결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물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던 것처럼 지금의 위기에서는 기술을 통한 체질 개선만이 생존방안이라는 위기감을 심어 준다.

기존 방식의 전통기업과 DT를 적용한 테크기업 간에는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요식업에 빅데이터 기반 딜리버리를 접목한 B사의 경우 매출은 2조원이지만 기업가치는 35조원으로 전통 식품업 전체보다 큰 규모다. 반면에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 C사는 매출이 26조원임에도 기업가치는 6조원에 그친다.

<표1>생산성 고용지수 비교
<표1>생산성 고용지수 비교

기업의 생산성 고용지수를 보면 두 식품기업 A사와 C사는 매출과 영업이익 1억원당 고용지수에서 큰 격차가 난다. C사는 제조업으로 시작했지만 DT를 일찌감치 실행했다. 기술 접목이 원가와 생산 시간을 줄이는 등 시장 선점에 필수 요건의 하나임을 보여 주는 사례다.

◇우리 회사는 과연 잘하고 있나?… '자가 점검표'

기업가치와 생산성을 논하다 보니 문득 자신이 속한 회사의 디지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것이다. 국내외 기업의 DT 사례가 쏟아지는 가운데 실제 그 혁신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일반인은 물론 현장 실무진조차 제대로 알 길이 없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만일 이처럼 DT가 회사의 전체 업무, 즉 밸류체인 전체에 유기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일부에만 불균형하게 적용되고 있음에도 보여 주기 식으로 침소봉대하거나 안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절호의 혁신 기회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DT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점검표를 제시하고, 혁신 활동을 위한 경영자의 디지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우선 DT는 기존 경영 혁신과 달리 파괴적 혁신을 일컫는다. 신기술을 적용함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밸류체인과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전략, 조직문화, 협업문화까지 기업의 근원적인 DNA를 탈바꿈하는 것이 바로 DT다.

<표2>밸류체인별 DT 성숙도 점검표 (예시)
<표2>밸류체인별 DT 성숙도 점검표 (예시)

우리의 DT 수준을 먼저 자가 점검해 보자. 밸류체인별 DT 성숙도 점검표(예시)에는 기업의 밸류체인과 DT에 필요한 신기술이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구분돼 있어 각 기업의 DT 수준을 빠르고도 간략하게 점검해 볼 수 있다. 항목별 점수를 0점에서 10점까지 매겨서 기업의 밸류체인 프로세스에 주요 기술이 실제로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평가해 보길 권한다.

더 나아가 기업 전체 관점에서 DT를 활용한 큰 변화의 모습에 대한 단계별 이미지를 설정해 본다면 중장기적 성장 비전의 모습을 구체화할 수 있고, 이전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전략 과제와 사업 기회가 보일 것이다.

◇어떤 신기술에 관심을 둘까?… '스마트솔루션'

우선 DT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비롯한 스마트 지능화 기술이다. AI와 빅데이터는 전체 경영과 정보기술(IT)시스템에 도입, 지능화 및 자동화를 담당하는 DT에는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 힘든 일, 인건비를 줄이는 일 등에 로봇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사물인터넷(IoT) 센서나 설비의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물류시스템 또한 주문관리(OMS), 창고관리(WMS), 수배송관리(TMS)와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종합관리시스템(SCM)을 지능화·무인화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한다. 창고 및 물류비가 상품의 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업종이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스마트 물류 구축에 적극적이다. 제조업이 아니라 예를 들면 금융업인 경우 스마트 핀테크, 의료업인 경우 스마트 의료 등을 고려하면 된다.

스마트 스토어는 오프라인 점포의 모든 주문, 결제, 서빙·편의 서비스를 자동화하고 무인화해서 비용 절감과 고객만족도를 높인다.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에는 고도화된 디지털마케팅 기술, 가상세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메타버스, 웹 3.0 기술이 있다. 이들은 투자 가치가 매우 높은 기술로, 활용 범위 또한 매우 광범위해서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예상된다. 지금은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산업이 완성형에 다다르는 시점에는 미리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수년의 시간적 격차를 발생시킬 것이다.

스마트오피스를 위한 전사자원관리(ERP)는 기업의 경영관리를 위한 정보 시스템으로, 회사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과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취합·가공·통제한다. 단순히 관리업무를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가위 기업경영의 백본(Backbone) 역할을 한다. 또 로봇처리자동화(RPA)는 정형화된 수작업을 자동화, 손쉽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 DNA를 혁신하는 주체는?… '사람'

DT는 단순히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 전략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모든 프로세스와 비즈니스를 파괴적으로 혁신, 기업 'DNA' 자체를 '디지털화'한다는 의미다.

앞에서 언급된 A, B, C사의 기업가치와 생산성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그 이유를 '사람'에게서 찾아본다. 디지털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부 운영 프로세스를 과감히 혁신해서 전사적인 사업과 밸류체인 적재적소에 디지털 요소를 접목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DT를 이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영자의 명확한 비전과 리더십 아래 디지털 역량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실무진이 파괴적인 혁신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DT다.

그러므로 기업 리더가 디지털 지식이나 혁신 의지가 없다면 DT는 시작하기도 어렵고, 또 시작해서도 안 된다. 디지털 역량으로 중무장한 임직원만이 기업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

이경배 섹타나인 대표kb.lee@spc.co.kr

[ET시론]DT시대, 기업 DNA 디지털로 바꿔야

◆이경배 대표는

경영학박사와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양손잡이형' 전문경영인이다. 삼성그룹의 최고상으로 평가되는 '삼성 기술상'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에서 회사경영 전반에 걸친 관리 역량을 체득했다. 삼성SDS 재직 시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나 리스크 프로젝트의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 담당했으며, 미국과 중동 주재 경험으로 글로벌 경험도 갖췄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를 지내고 현재는 SPC그룹의 IT 회사인 섹타나인 대표로서 해피포인트 플랫폼사업과 스마트스토어,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전환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