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국내 투자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9월 투자유치 금액이 지난해 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성장단계에 진입한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사업 축소와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스타트업 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9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유치 금액은 3816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전체 투자유치 금액은 2조81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조5092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의 3조3837억원과 비교해도 38% 이상 감소했다.
해외에선 올해 초부터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됐지만 국내는 상반기까지 선방했다. 지난해까지 사상 최대 규모로 결성된 펀드 영향이었다. 그러나 3분기 들어서면서 투자 감소세가 확연해졌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특히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제로 9월 투자 동향을 보면 총투자 건수는 123건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5건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유치 금액은 6159억원에서 381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3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도 서울로보틱스(352억원) 1건에 그쳤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후속 투자 유치를 통해 스케일업을 모색하던 스타트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회원 75만명을 보유한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투자유치 난항에 따른 자금난으로 전 직원 권고사직과 서비스 중단을 거쳐 지난달 14일부터 서비스를 재개했다. 하지만 당일 배송에서 익일 배송으로 변경했고, 판매 품목도 줄어 정상화를 위해선 투자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폐업 사례도 부지기수다. 뷰티숍과 피트니스센터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픽'은 7월, 모바일 이용자 행동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유저해빗'은 9월에 각각 폐업했다. 회원 수 82만명을 보유한 식품 정보 확인 플랫폼 '엄선'도 이달 서비스를 중지했다.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물로 나오는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인수합병(M&A)도 늘고 있다. 3분기 스타트업 M&A는 46건으로 1분기 16건, 2분기 36건보다 증가했다.
투자업계는 금리 인상이 지속돼 투자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투자시장)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은 상당히 진행됐고, 그 결과가 집계액으로 나오기 때문에 한동안 투자 지표는 감소할 것”이라면서 “스케일업을 하려는 회사들의 투자유치가 아주 어려워졌고, 그나마 투자를 받으려면 가치를 낮게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9월 3816억 유치 작년 이후 최저
3분기 전체 2조…절반이하 '뚝'
경기 악화·금리 인상 투자 위축
스케일업 직격탄·폐업도 줄이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스타트업 투자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