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x(Digital Therapeutics)란 소프트웨어(SW) 자체가 의약품과 같은 효능이 있는 디지털 치료제로, 건강 데이터의 마이닝(수집)과 프로파일링을 통한 디지털 기술 기반 질병 예방과 관리·치료 서비스를 의미한다.
규모가 이미 900조원을 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강점은 바로 마이데이터다. 데이터를 사용자 관점에서 크게 인지데이터와 미인지데이터 둘로 나눌 수 있다. 사용자가 자기 스스로 목적이나 원하는 것, 기호나 수요를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활동에서 나오는 것이 인지데이터다. 인지데이터는 온라인 상에서 주로 사이트 방문, 단어 검색, 온라인 구매나 영상 시청, SNS 활동 등 사용자의 활동 흔적에 의해 프로파일링되는 온라인 검색 데이터와 오프라인 상에서 금융거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금융거래 데이터가 있다.
네이버는 변변한 사이트 홍보 없이 회원들의 인지데이터 프로파일링만으로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1위를 달리고 있다. 거래액이 28조원을 넘는다. 인지데이터 프로파일링의 왕좌에는 단연 매출 200조원의 구글이 올라 있다. 온라인 검색데이터 프로파일링만으로도 이미 21세기 데이터전쟁 1차전에서 승리한 셈이다.
이제 데이터전쟁 제2막이 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21세기 연금술 DTx가 있다. DTx의 확장 가능성이 21세기 연금술로 칭송받고 있는 이유다. DTx는 단순히 치료제나 치료 보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메타데이터를 머금고 있는 DTx는 백색 디지털가전을 헬스가전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대중 화장품을 맞춤형 화장품, 대중 음식마저 개인 맞춤형 음식으로 각각 전환할 수 있다. DTx를 활용하면 보험설계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다. 심지어 DTx로 보험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금융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다. 헬스디바이스 시장은 더욱더 DTx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건강 의료기기는 사용자가 구매 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맞춤형 수요를 매칭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자 스스로 자기 몸의 위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이 헬스디바이스 업계의 숙원을 DTx가 풀어 줄 수 있다.
물론 DTx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 바로 비인지데이터 확보다. 온라인 활동은 자의적이다. 그래서 의도 파악, 목적 파악, 수요 예측이 가능했다. 이 데이터 조각들을 모아 프로파일링에 성공한 기업이 구글, 네이버였다. 그러나 인간은 온라인에서만 생활할 수 없다. 아니 오프라인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그런데 심리 활동이나 오프라인 활동 기록은 쉽지 않다. 카드를 통한 금융거래나 스마트기기에 의한 동선 정도가 자동 작용으로 남겨질 뿐이다. 내 운동량, 수면량, 음식, 스트레스, 노동 강도, 작업 환경, 의약외용품 사용, 유전적 질환에서 오는 내 몸 상태 등은 인지하기가 어렵다. 이 미인지데이터가 부족하면 DTx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그동안 구글헬스 등 여러 DTx 기업이 이 미인지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M2E(사용자 참여 보상 모델)를 통해 걷기 데이터가 기록되고 있는 것이 미인지데이터 마이닝의 초기 모델일 뿐이다. 다양한 미인지데이터를 발굴하고 마이닝(mining)하는 것은 혁신성, 조직 탄력성, 창의성이 높은 스타트업의 몫이 될 것이다. 특히 온라인을 넘어 소셜비즈니스, 대면 서비스, 친환경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에 DTx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아니 이것이 21세기를 여는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며 미션이다. 이로써 미인지데이터 스타트업이 데이터전쟁 제2차전에서 20년 전 인지데이터 스타트업이던 구글을 제치고 새로운 데이터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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