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 4일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2년 7월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전체 투자자금은 8368억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7%나 감소한 액수다. 투자 시장 지표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좋았지만 하반기 들어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위축은 인력난과 대급 지급 문제 등 운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100억원대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도 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사례다.
기관으로 대표되는 '투자자'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급여 소득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은 대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시대를 끌어냈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와 투자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벤처캐피털(VC)·자산운용사·신기술금융 설립에 나서는 일반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PR와 투자자를 타깃으로 하는 IR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필요한 스타트업, IPO를 준비하는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벨류에이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통합적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상당수 기업은 제품·서비스 판매 홍보 전략과 기업 차원의 홍보 메시지, 투자 유치와 주주 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서로 별개로 보고 통합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은 투자할 만한 '가치 있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통일된 메시지로 투자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PR와 IR 모두 기업가치 증대라는 일관된 목표 아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에 대한 고민이 필수다.
메시지에는 '듣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메시지가 담기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이 하는 대표적인 실수는 메시지를 고민할 때 기업이 갖춘 기술력이나 업계 내 경쟁력, 성장 요인 등 기업의 내재가치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어떤 기술이 있느냐는 것보다 그 기술로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성장성(업사이드포텐셜)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를 꺼내 놓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 회사가 속한 시장에 대한 설명도 필수다. 예를 들어 바이오 기업이라면 복잡한 바이오 시장에서 회사의 기술은 어떤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그 시장에서 가져갈 점유율이나 수익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디어는 독자에게 관심을 끌어낼 만큼의 '콘텐츠' 가치가 있는지를 고려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되지 않으면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간혹 기술력과 경쟁력이 상당히 우수한 기업의 대표는 좋은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고 창출하면 매출도 오르고 투자자도 알아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너무 많은 대체재와 투자할 기업이 넘쳐난다. '열심히 하면'에는 연구개발(R&D), 생산·판매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고도로 통합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또 목표는 '기업가치 증대'를 향해 단순하고 일관돼야 하며, 펀딩이나 IPO를 위한 단기적 이벤트 준비가 아니라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김태성 업사이드포텐셜앤컴퍼니 CEO kts@up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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