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electroceuticals)이란 먹는 알약 대신에 전기자극을 통해서 질환과 관련된 신경 회로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약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의료기술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러한 전자약에는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인공 심장박동기나, 뇌 심부 자극술, 척수신경 자극기 등과 같은 이식형 디바이스부터 미주신경 자극기, 경피 미주신경 자극기 등 경피신경 자극을 활용한 체표형 디바이스까지 다양한 기기가 포함된다.
'존슨&존슨'과 'GSK'는 성공적인 전자약 개발 로드맵을 '네이처'에 발표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말초신경 자극을 통해 내부 장기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SPARC(Stimulating Peripheral Activity to Relieve Condition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말초신경 자극을 통한 당뇨병 치료, 골반강 내 장기 기능 회복, 호흡기 감염 조절, 심장 기능 조절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전자약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약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한의학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검증된 경혈점이 전자약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멀미 치료 전자약 릴리프 밴드는 소화기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혈인 내관혈(PC6) 자극을 통해 정중신경(Median nerve)을 자극함으로써 약물을 복용할 수 없는 임산부의 입덧을 치료한다. 최근에는 가상현실 사용자에 나타나는 멀미 현상까지 조절하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PTNS(Percutaneous Tibial Nerve Stimulation) 기술은 한의학에서 삼음교(SP6) 전침 자극을 통해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삽입형 전극을 활용한 전자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전자약 개발은 오랫동안 축적된 한의학 지식이 현대 전자기기 및 해부학 지식과 결합했을 때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시이다.
한국은 매우 수준 높은 한의학과 현대의학이라는 양 날개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우수한 인프라가 융합의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의사 처방으로 특정 혈자리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전자약을 처방하고, 더 나아가 한방과 양방 협진을 통해 이식형 의료기기(Implantable device)를 시술하는 의료시스템을 만든다면 전자약이라는 거대한 의료기술 시장도 K-전자약으로 앞서갈 수 있지 않을까?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함께 손 맞잡고 전자약 시장을 선도하는 융합의학의 미래를 꿈꿔본다.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책임연구원 ezhani@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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