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한국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추진 파장은

프롭테크 업계 "부동산 시장 공정경쟁 저해"
시장 독점 초래…혁신 스타트업 피해 우려
한공협 "중개업 자정노력 위해 법개정 추진"
지역적 담합행위 등 단속해 재산권 보호

[스페셜리포트]한국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추진 파장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를 법정단체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에도 신·구갈등 파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 공인중개사 협회는 법을 위반한 회원에 대해 시도지사 및 등록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프롭테크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이 혁신 서비스 발전을 가로막는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는 부정한 중개행위를 바로잡기 위해서일 뿐,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라며 반박했다.

[스페셜리포트]한국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 추진 파장은

◇프롭테크 “상생 위협”

프롭테크업계는 해당 법안에 대해 부동산 시장 내 선의의 경쟁과 도전, 발전을 저해하고 경직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공협의 이익에 반하는 중개사나 프롭테크에 대한 부당한 실력행사를 합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협회 의무설립이 추진된다면 이는 시장 독점으로 이어져 중개 시장을 경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오히려 회원 중개사와 중개업의 경쟁 저하 및 자율성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다.

단일협회 의무가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1998년 정부는 사업자단체 개혁을 위해 부동산중개업협회의 법정단체 및 가입의무를 폐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의무가입 시행을 과거 규제로의 회귀이자 위헌 소지가 다분한 독소조항이라 비판했다. 단일협회 의무가입제도는 개인의 자유로운 단체 설립 및 가입에 대한 자유를 제한, 결사의 자유 및 직업 수행의 자율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가 등록심사 및 등록거부 등에 관한 권한을 갖게 된다면 직업 수행의 자유마저 침해할 소지가 높을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업계는 기술 기반 혁신 스타트업과 프롭테크 종사자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도 한공협은 프롭테크 기반 혁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상대로 지속적인 고소·고발을 통해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공협은 네이버부동산, 직방, 다윈중개, 우대빵, 집토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해 소송 및 고소를 진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협회에 추가 권력이 주어진다면 다양한 서비스 진출이 가로막혀 이용자 편익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수수료 인상 등 소비자 권익도 침해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9월, 한공협은 반값 중개료를 내세운 프롭테크 업체에 '반값 복비를 중단하라'고 항의하며 사무실을 찾아간 바 있다.

아울러 업계는 사적 단체에 행정권한을 부여하는 행위는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미 현행법 제37조에 따라 불법 중개행위에 대한 단속은 필요할 경우 협회에 협조 요청이 가능하다. 업계는 협회 자체가 행정권한을 가지게 될 경우 협회 이익에 반하는 경우 정당한 영업행위에도 교란 행위를 빌미로 징계가 가능할 것이라 우려했다. 이는 시장 혁신 및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재 한공협 역시 부동산 플랫폼 '한방'을 운영하고 있어, 특정 사업자가 공인중개사에 대한 지도관리 및 행정처분, 부동산 교란 행위 단속 권한을 가지는 것 자체가 경쟁 제한적 행위라는 입장이다.

한공협의 대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 한공협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50만명 중 약 11만명(약 23%)만이 가입해 있는 단체로 전체 공인중개사의 목소리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단일 협회가 다양한 지역과 세대의 중개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지, 전체 이익을 대변하는 공익성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현재 협회가입 유무에 따라 지역에서의 중개업 활동 시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지역 내 카르텔을 통한 폐쇄적 운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공협 “자정 노력일 뿐 영업권 침해 아니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혼탁한 중개 업계의 자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가 회원(공인중개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롭테크에 대한 영업권 침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단일 협회 의무 추진이 자유 박탈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한공협은 이미 변호사, 세무사, 법무사, 행정사, 건축사 등 대다수의 전문자격단체가 법정단체 및 회원가입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프롭테크 서비스가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도 던졌다. 자격 취득 후 수년 동안 개설 등록을 하지 않은 취득자가 일부 프롭테크에서 매물을 판매하며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공협은 중개거래 사고자의 업력을 분석한 결과 업력 '5년 미만'인 거래사고자의 손해배상 공제금 지급 비율이 전체의 7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는 국민의 재산권을 다루는 직업군임에도 단순히 시장과 창업논리로 접근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표성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프롭테크 업계가 주장한 등록 공인중개사 50만명 중 단지 11만명이 가입했다는 부분에 있어 개업 공인중개사인 11만8000여명을 협회 회원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은 현재에도 이미 개업 공인중개사의 약 96%인 11만3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기에 대표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법정 단체 지정으로 인해 공정경쟁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과도한 기우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불법 행위에 대해 지도·단속을 하자는 것이기에 법률상 정상적인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협회가 회원에 대해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공협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지역적 개업공인중개사 간의 담합행위를 지칭한다고 선을 그었다. 협회가 법정 단체 지위를 부여받을 경우 현재보다 이같은 담합을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행정권한 부여에 대해서는 협회가 회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사기나 부정한 중개행위를 강력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중개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현재의 법령으로는 시의적절하게 규율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단속과 개업공인중개사의 윤리 인식 제고를 위해선 한공협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행정관청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개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공협은 개정안을 통해 협회와 공인중개사는 공익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각종 법안 개정 때마다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개정법안 또는 정책의 상담 역할을 해주며 법안과 정책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홍보의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