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 7월과 8월에 약 3조3000억원을 밑지고 전력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에는 통상 연간 실적을 보완하는 '성수기'지만 올 여름은 대규모 적자 폭을 키웠다. 전력판매량이 급증하는 올 겨울에는 더 대규모 손실을 기록, 35조~40조원 대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는 등 방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한전 전력통계속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월과 8월 총 3조3647억원 손실을 봤다. 지난해 7월과 8월 1조2047억원 이익을 본 것과 비교해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연간 기준으로는 12조6471억원 규모로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통상 여름철은 전력을 판매하는 한전에게는 한해 실적을 좌우하는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연료비 폭등으로 인해 전력구입금액이 전력판매수입을 초과하면서 손실을 키웠다. 전력을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보면서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셈이다.
실제 지난 7월과 8월 전력구입단가가 전년 대비 대폭 확대되면서 적자폭을 키웠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각각 ㎾h당 139.28원, 176.6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h당 99.30원 지난해 8월 ㎾h당 98.74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도 전력구입금액이 1.4배 늘었고 8월에는 전력구입금액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문제는 연료비 상승 폭이 커지는 올겨울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상황이라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는 톤당 1194.59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력용 연료탄(호주 뉴캐슬) 또한 지난 9월 9일 톤당 452.81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드스트림이 파괴되면서 올 겨울 LNG 현물가격 시장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LNG 수입가와 수개월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SMP도 최근 몇 달간 무섭게 치솟고 있다. 월 평균 SMP는 지난 6월 ㎾h당 129.72원, 7월 151.85원, 8월 197.74원, 9월 234.75원으로 지속 오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h당 270.24원(육지 기준)으로 일 평균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올 연말에는 일평균 300원대도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달 4분기 연료비 조정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원료비 폭등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전 관계자는 “SMP가 8월에는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9월에는 (전력구입금액과 판매수입이) 더 차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 겨울철 동계 전력수급을 앞두고 한전의 연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철에는 여름과 비교해 태양광을 위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떨어지고, 열 수요도 있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는 현 상태로는 한전의 연간 적자폭이 35조~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는 것만이 근본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창의융합대학장)는 “현재 한전은 외상으로 전력을 사오고 4주 뒤에 지불하는데, 그나마도 회사채로 조달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지 않으면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 1월1일부터 전기요금을 전년 대비 10배 수준까지 올리는데, 우리는 18%만 인상하기로 했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빅 스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원자재가격-연료비 폭등 여파
올해 최대 40조원 손실 전망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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