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근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년여 만에 3%를 돌파했다. 코픽스가 3%를 돌파한 것은 2012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픽스 인상은 대출 금리에 바로 반영돼 기존 주담대 대출 갱신을 앞둔 서민·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는 17일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0.44%포인트(P) 오른 3.4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픽스가 3%를 돌파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이던 2012년 12월(3.09%)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세계 경제는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유로 지역 경기가 침체하고 그 영향 이 신흥국으로 파급되면서 전체 글로벌 성장세가 약화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은행연합회는 8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0.06%P 오른 2.9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코픽스가 인상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이 대응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한은은 최근 연준이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에 나서자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했다.
코픽스는 NH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코픽스가 3%를 돌파하면서 기존 주담대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서민들과 영끌족의 이자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지난달 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잔액 기준, 신잔액 기준 코픽스보다 시장금리 변동을 신속하게 반영한다.
코픽스가 3%를 돌파하면서 당장 18일부터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의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4.5~6.05%다. 코픽스 인상분이 금리에 그대로 반영할 때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4.94~6.45%로 훌쩍 오른다. 3년 전 2019년 10월 연 3%로 2억원을 대출(30년 말기, 월리금균등상환)해서 월 84만원을 상환했다면 연이자율이 5%로 오를 경우 월상환액만 107만원이 된다. 차주 입장에서는 한 해 월상환액만 276만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