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을 받아 전기화물차를 신규 구입한 운전자가 기존 차를 폐차한 비율은 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을 받아 값싸게 산 전기화물차를 웃돈을 얹어 되파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학계는 기존 화물차를 폐차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등을 세분화해 전기화물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말부터는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전기화물차가 대거 상륙할 예정이어서 구매 보조금 정책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본지가 국회예산결산특별회의 올해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기화물차 구매시 기존 보유차 폐차 비율은 2021년 8월 말 기준 2.7%에 그쳤다. 구매 보조금을 받은 2만7996건 가운데 폐차 건수는 431건에 불과했다. 전년도 보다도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2020년도 보조금 지급 건수는 1만6090대였고, 이 가운데 폐차 건수는 814건(5.8%)이었다.
이는 구매 보조금 악용 사례가 성행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출고가보다 1800만~2200만원에 싸게 구매한 전기화물차에 약 800만~1000만원 웃돈을 붙여 중고차 시장에 내다파는 사례가 속출했다. 기존 경유화물차 폐차 등 보조금 지급 단서가 없다보니 도덕적 해이가 성행한 것이다.
특히 과도한 소형 전기화물차 보조금 비율이 이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형 전기화물차 보조금 비율은 일반 전기승용차와 비교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전기화물차의 차량가격 대비 보조금(국비+지방비) 비율은 55.8% 수준으로 전기승용차 21.8%를 크게 웃돌았다.
예를 들어 출고가 4300만원 전기화물차 구매 시 보조금은 2400만원에 이르는 반면, 자부담액은 1900만원에 그쳤다. 애초 보조금 총액이 크기 때문에 웃돈을 더 얹어도 출고가 보다 낮고, 정상 출고차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당장 전기화물차가 필요한 운전자 입장에선 '재테크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인 셈이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유화물차 대비 전기화물차의 대당 환경편익은 약 220만원에서 530만원이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전기화물차 보조금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화물차를 구매할 때 기존 보유차 폐차비율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폐차를 전제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는 등 차등적 보조금 단가 설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부터는 구매 보조금을 받은 값싼 중국 전기화물차가 쏟아진다. 대표적으로 출고가 3800만원인 동풍소콘 마사다는 국내 전기화물차 보조금(국비 1400만원+지자체 600만~1100만원) 적용 시 실구매가격이 최대 1300만원까지 낮아진다. 이미 상반기 초도물량 1000대는 완판됐다. 중국산 전기화물차가 우리 세금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교수는 “전기차에 대한 구매 보조보다는 인프라 지원 비중을 높여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전기차 보조금 사업은 환경부 예산 가운데 가장 금액이 큰 1조9000억원 규모인데, 매년 예산이 늘고 있어 국가 재정건정성에도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작년 8월 2만7996건 중 431건
전년도 폐차 814건보다 줄어
운전자 '재테크 수단' 변질
보조금 정책 전면 수정 필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기화물차 구매 시 기존 보유차 폐차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