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투자 빙하기'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위해 업계와 금융회사·투자회사를 한자리로 불러서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올해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고 우려했다. 권 상임위원은 “세계적으로 핀테크 등 혁신기업이 금리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혁신 열망이 주춤하면서 걱정이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엔 바람이 더 매섭고 차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상임위원은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살아남으면 더 강력해지고 기회도 더 많아질 수 있으니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뿌리를 단단하고 깊이 내리는 계기로 삼자”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위를 비롯해 금융감독원·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핀테크산업협회 등 유관기관 8곳, KB금융지주·롯데벤처스 등 금융투자사 7곳, 베스트핀·센트비 등 초기·중소형 핀테크 기업 10곳 등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핀테크사 자금조달 지원 방안에 대한 열린 토론도 이어졌다. 오전 9시 30분 시작한 간담회는 종료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 11시 55분에 끝났다. 권 상임위원은 참석자들 모두에게 발언 기회를 줬고. 핀테크사·금융사·투자사 대표들은 각자 입장에서 현재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최근 경제·금융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의 미래 가치보다 매출 규모 등 현재 가치에 중점을 둔 투자가 검토됨으로써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한 핀테크사 대표는 “국내외적으로 투자 환경의 어려움과 함께 신속한 샌드박스 통과 절차 마련 등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면서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현재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금융사와 투자사는 정부에 “투자 연속성 확보를 위한 마중물 역할과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핀테크 분야 전용상품을 신설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데스밸리(사업화에 실패하는 시기) 위기에 놓여 있는 스타트업을 구제하기 위해 현재 운용하고 있는 5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펀드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펀드는 202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3216억원이 조성됐으며, 이 가운데 2419억원 규모의 투자가 완료됐다. 앞으로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 및 금융사들과 연계해 데스밸리 위기에 놓인 핀테크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참여 수요가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간담회에서 제기된 사항들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에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