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전기차의 나라다. 작년 신차를 출고한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전기차를 선택한 전기차 강국이다. 전체 인구가 575만명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전환율은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찾았다. 시내 중심가에서 마주한 대다수 택시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다. 아직 전기차 모델이 나오지 않은 왜건이나 승합 밴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택시가 전동화 모델인 셈이다.
덴마크 택시는 대다수가 법인이 아닌 개인 소유다. 코펜하겐에서 탑승한 한 택시 기사는 “작년 신형 전기차인 폭스바겐 ID.4로 차량을 바꿨다”면서 “전기차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구매비와 유지비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다.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덴마크 자동차 시장 판매 자료에 따르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24%, 순수 전기차(BEV)가 18%로 전체 전동화 모델 점유율이 42%에 달했다. 2020년 18%(PHEV 10%·BEV 8%), 2021년 37%(PHEV 23%·BEV14%)에서 빠르게 점유율이 높아졌다.
인기 비결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전환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 내연기관차의 완전한 판매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 등록세 등을 감면해주며, 충전소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코펜하겐 시내 중심가를 걷다 보면 한 주차 구역 전체에 충전기를 설치한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강력한 전기차 전환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덴마크 전기차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지 시장 점유율 1위 폭스바겐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 업체, 미국 테슬라, 일본 토요타, 한국 현대차와 기아 등이 나란히 진출해 경쟁한다. 1위와 10위까지 판매 격차가 5%포인트(P) 내외로 덴마크 국민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다 모델별로 고르게 차량을 선택한다.
최근 볼보차와 지리차 합작사 폴스타, 중국 스타트업 샤오펑 등 제2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전문 제조사들이 현지에 속속 진출하며 덴마크는 북유럽 전기차 각축지가 됐다. 폴스타는 올해 1~9월 덴마크에서 991대를 판매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올해 덴마크에 문을 연 '폴스타 스페이스 코펜하겐'은 패션 스트릿 숍처럼 전기차에 관심 있는 누구나 쉽게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100% 온라인 판매 방식인 폴스타는 덴마크와 한국 등을 비롯한 25개 국가에 125개 리테일 접점을 두고 있다.
매장에서 만난 폴스타 코펜하겐 스페셜리스트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루에도 수백명이 차량을 살펴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면서 “차량을 직접 판매하는 곳이 아닌 체험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현지 업계는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가파른 판매량을 따라가려면 그만큼 충전 인프라를 늘려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덴마크 자동차수입업자협회 관계자는 “전동화 차량의 빠른 판매 성장을 뒷받침할 더 많은 충전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아파트 등 개인 충전 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불편이 크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펜하겐(덴마크)=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