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초유의 서비스 중단 사태를 수습할 카드로 '대표 사임'을 꺼내들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선임 7개월 만에 사임과 동시에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소위를 맡아 서비스 정상화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주력한다. 앞으로 카카오 지배구조와 신사업 방향, 인프라 투자계획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날부터 피해 보상에 대한 신고 채널을 개설, 보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남궁 대표는 이 자리에서 “화재 사고 발생 직후부터 모든 임직원이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향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게 제대로 된 사과라고 판단했다”며 사임 배경을 밝혔다.
남궁 대표는 재발방지소위를 맡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전념한다. 복구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추가 예산 확보, 인력 충원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대위장을 맡고 있는 홍은택 각자대표는 “카카오톡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라면서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홍 대표는 SK와의 책임 소재를 다투기 앞서 이번 장애로 피해가 난 이용자,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로 서비스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린 데 대한 이유도 밝혔다.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이미 돼 있었지만 개발자용 백업을 위한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카카오는 재난상황을 대비한 모의훈련은 상시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 대표는 “트래픽이 폭증했을 때를 대비한 훈련은 해 왔지만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한 훈련은 없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체적인 추가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우선 2개월 안에 모든 이중화 작업을 마치고 추가 가용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준공도 앞두고 있다. 우선 46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3년 9월 12만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제1데이터센터를 경기도 안산에 오픈할 예정이다. 또 제2데이터센터를 2024년까지 경기도 시흥에 설립할 계획이다.
한편 남궁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그동안 그가 진두지휘해 온 신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궁 대표는 오픈링크, 메타버스 등 신사업을 비롯해 콘텐츠 사업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에 남궁 각자대표는 “서비스 기획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고 지금은 세부 기획이나 개발일정 정도만 남았다”며 “권미진 수석 부사장이 신사업을 잘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에 대해 홍은택 각자대표는 “창업자가 지금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선택적 개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창업자의 입장은 24일 국정감사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