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부터 박스까지...기계연, 다양한 크기 물질 잡는 '코끼리 코 로봇 손' 세계 최초 개발

다양한 크기의 물체를 파지하는 그리퍼 모습
다양한 크기의 물체를 파지하는 그리퍼 모습

바늘 같이 매우 가늘거나 얇은 물체부터 박스 등 큰 물체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코끼리 코 그리퍼 로봇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은 코끼리가 물건을 잡을 때 작은 물체는 코 끝을 오므려 잡고 큰 물체는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잡는 동작을 모사해 다양한 크기 물체를 집는 그리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기계연 AI로봇연구본부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송성혁 선임연구원팀은 유연 구조체와 구조체 변형을 만드는 와이어, 유연하고 얇은 벽으로 구성된 집게·흡착 융합형 코끼리 코 그리퍼를 개발했다. 복잡한 기계장치나 센서 없이 잡은 물체를 파손 없이 안정적으로 파지해 조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품 이송까지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유연 구조체에는 내부에 진공을 만드는 여러 개 미세 유로가 있어 그리퍼가 물체에 흡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미세 유로는 유연해 물체 접촉 시 물체 형상과 일치하도록 변형·밀착된다. 유연 구조체 자체가 흡착용으로 작동한다.

이에 더해 구조체 중앙 변형 와이어를 잡아당기면 구조체가 반으로 접혀 물체를 오므려 잡으면서 집게용으로 작동한다. 이때 그리퍼가 오므러 들어 외곽에 위치한 유연한 벽이 물체 주변을 감싸고, 물체 주변을 밀폐하게 된다. 물체를 오므려 잡아 감싼 다음, 내부에 진공을 일으키는 과정을 통해 물체를 감싸 안는 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 높은 파지력을 갖는다.

그간 그리퍼는 집게형과 흡착형으로 별도 개발돼왔다. 집게형은 물체 크기가 집게가 벌어지는 최대 크기보다 큰 경우 움켜잡을 수 없고, 흡착형은 다양한 크기 물체를 파지할 수 있으나 바늘이나 실처럼 매우 가는 물체를 파지하기 어려웠다.

개발 기종은 집게형과 흡착형 파지 메커니즘을 동시에 활용했다. 그리퍼 100분의 1 크기보다 작은 한방 침(직경 0.25㎜)을 바닥에서 집어 올리거나, 10배 크기인 박스에 흡착해 들어 올리는 등 다양한 물체를 파지할 수 있다.

박찬훈 AI 로봇연구본부장은 “집게·흡착 융합형 코끼리 코 그리퍼는 다양한 크기 물체를 쉽게 다룰 수 있어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다품종 변량생산 기업이나 일생 생활 속 서비스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계연 기본사업 '올인원 로봇 작업 시스템을 위한 스마트 엔드 이펙터'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