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3 생명보험사가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험업계에서 디지털·전략·관료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가장 적극적이다. 교보생명은 이달 김성수 전 베스핀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그에게 클라우드활용태스크포스(TF)장 직무대행(상무) 역할을 주고 회사 클라우드와 관련한 디지털전환(DX) 총책을 맡겼다. 김 상무는 삼성SDS·삼성전자를 거쳐 클라우드 컨설팅 전문기업 베스핀글로벌을 공동 설립, CTO로 재직한 클라우드 전문가다. 교보생명은 이보다 앞서 3월엔 이미영 마케팅기획담당 직무대행(전무)을 영입했다. 이 전무는 현대카드에서 브랜드 마케팅팀장, 프리미엄사업실장, 브랜드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도 브랜드본부장, 미래전략담당 등 직책을 맡았다. 교보생명은 지난해에도 디지털전략 담당으로 장우경 전무, 플랫폼추진1팀장으로 조지현 상무를 각각 영입했다. 장 전무는 하나금융, 현대카드, 한화생명에서 전략 업무를 봤다. 조 상무는 네이버,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을 거친 플랫폼·애플리케이션(앱) 전문가다.
다른 대형 생보사도 경쟁적으로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경영전략실장에 AT커니코리아 대표 출신 금융컨설팅 전문가인 하상우 부사장을 영입했다. 경영전략실 담당 임원으로는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 서기관 출신 이한샘 상무를 앉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현대카드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출신 홍선기 상무를 영입, 6개월 만인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을 선보였다. 역시 지난해 말 승진한 박준규 부사장은 행정고시 41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을 지냈다. 2016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한 뒤 삼성생명의 전략투자사업부장, 글로벌사업팀장 등 직책을 맡았다.
대형 생보사의 외부 인사 모시기는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보험사 약점으로 꼽히는 디지털, 전략, 마케팅 등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영업력이 요구되는 보험상품 개발, 설계, 판매 등이 아니라 디지털과 마케팅 등 분야 인사들을 집중 영입하면서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포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도입과 적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요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면서 “여러 업권에서 정보기술(IT)을 익히고 접목해 본 인사들을 영입하는 보험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이라고 말했다. “또 플랫폼 기업들과 달리 금융사들은 안정적 영업 환경에 길들여진 순혈주의 경향이 짙은데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어 건전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