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국회, 대검 국정감사 무산...곳곳서 신경전

여 "정당한 법 집행" vs 야 "정치 탄압"
이재명 "정적 없애 정권유지 생각 버려야"
국민의힘 "압수수색 저지, 의혹 인정하는 것"
민생은 별개…법사위 외 국감일정 소화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여파가 국정감사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압수수색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끝장투쟁에 나선다는 태세다. 당초 우려됐던 국감 전면 보이콧은 없었지만, 이슈의 중심에 선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참석하지 않으면서 반쪽 국감이 진행됐다.

20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관련 '정당한 법 집행'과 '정치탄압'의 상반된 입장으로 난타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제1야당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연구원이지만, 해당 사무실이 중앙당사에 있었던 만큼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직접적인 야당 탄압으로 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정감사 중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해 정권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정부의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19일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소환 등 감사원과 검찰, 경찰의 전방위적인 정치탄압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압수수색에 응하는 한편, 민생국감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압수수색을 저지하는 것은 민주당과 이 대표의 의혹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공세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입권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법 집행을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한 데에 유감을 표한다. (압수수색 저지는)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민주당이 압수수색에 응할 것을 압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와 위원들이 20일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간사와 위원들이 20일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 전면 보이콧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압수수색과는 별개로 민생이슈를 챙겨야하는 만큼 국감에는 다시 참여하기로 했다. 검찰이 재차 압수수색에 나설 경우는 마찬가지로 긴급소집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해당 이슈의 중심에 선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대검찰청 국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 중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의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장 문책 등을 요구했다. 관련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국감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사위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는 예정된 국감일정을 소화했지만, 의사진행발언에서 압수수색 시비가 거론되며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동안 정쟁 보다는 산업정책 관련 논의가 오갔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이날은 고성이 터져나왔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산자위 국감 잘 진행해왔는데 국정감사 진행 중에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국정감사 방해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같은당 김회재 의원도 “제1야당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국회 기능을 아예 무시하고 짓밟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압수수색은) 엄밀히 얘기하면 야당 당사 전체가 아니라 민주연구원의 사무실이었을 뿐이다. 결백하면 빨리 수사해서 벗어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