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망을 좁히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정치적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과 묘수가 없다는 해석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의총)에서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9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했고 이후 민주당사에 위치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위례·대장동 신도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수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남욱이라는 사람이 '10년 찔러도 씨알이 안먹히더라'라는 말과 '우리끼리 돈 주고받은 것을 2층 즉 성남시장실이 알게 되면 큰일난다. 죽을때까지 비밀로 하자' 이런 녹취가 나왔다.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 말이 바뀌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공개적인 반발과는 달리 현재 정국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연구원이 민주당사에 있는 탓에 압수수색 자체가 민주당의 기존 기조대로 '야당 탄압'으로 보일 여지가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칼끝을 겨냥했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압박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당내에서도 예상하고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 역시 “(현재 보여지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야당 대표와 전임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이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방위적 압박이 큰 탓에 이를 타개할 묘수가 없다는 점은 걱정거리로 꼽힌다. 압수수색이나 기소, 조사 등 수사과정에서 나타나는 사건마다 강경한 입장만 내세우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장동·백현동 의혹은 대선 당시부터 전 국민의 관심 사안이었다”며 “쌍방울 관련 의혹 등도 여전한 탓에 이 대표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했다. 또 “민주당 차원에서는 민생 얘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 수사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정당 차원에서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당과 이 대표를 분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당의 방향은 부당한 정치탄압과 맞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돌리기 위해 야당을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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