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로켓 발사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됐다. 작년 한 해 궤도 진입에 성공한 로켓 발사 횟수는 총 135회로, 이는 2000~2010년 연간 평균 발사 횟수에 2배에 달한다. 로켓 발사 횟수를 비약적으로 높인 주역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작년에만 총 31회 로켓을 발사했는데, 이는 미국 로켓 발사 횟수(45회)의 약 69%, 전 세계 발사 횟수의 23%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민간 우주 시대에 작은 경종이 울리고 있다. 로켓 발사가 잦아지면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과연 로켓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얼마나 많을까.
◇로켓 발사 한 번에 이산화탄소 300톤(t) 배출
로켓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연료를 태워 추진력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먼지 등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지구 중력을 거슬러 우주로 나가려면 막대한 연료를 태워야 하므로 그만큼 배출하는 오염물질도 많다.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다.
영국 가디언은 2021년 7월 엘로이즈 머레이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말을 인용해, 승객 4명을 태운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 이산화탄소가 200~300t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승객 1명당 배출량이 50~75t인 셈인데, 이는 장거리 비행을 하는 항공기 탑승객 1명 이산화탄소 배출량(1~3t)의 15배가 넘는다.
지난 5월 디미트리스 드리카키스 키프로스 니코시아대 교수 연구팀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6년 5월 발사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 발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팰컨9는 등유(RP-1)를 연료로 쓰는데, RP-1 1㎏이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 3㎏이 배출된다. 로켓 발사에 RP-1이 약 112t 필요하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6t에 달한다.
아울러 연구팀은 팰컨9가 고도 67㎞에 다다를 때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팰컨9는 발사 후 165초 만에 이산화탄소를 약 116t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별로는 중간권에서 배출하는 양이 특히 많았다. 중간권에서 로켓의 고도가 1㎞ 상승할 때 배출량은 같은 고도의 1세제곱킬로미터(㎦) 부피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량의 26배였다.
연구팀은 질소산화물의 양도 측정했다. 질소산화물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산성비를 내리게 하고, 오존층을 파괴한다. 팰컨9는 발사 후 처음 1분여 동안 질소산화물 1t을 쏟아냈다. 이는 자동차 1400대가 1년 동안 방출하는 질소산화물의 양과 맞먹는다. 연구팀은 지표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10㎞ 이하 낮은 고도에서 질소산화물이 주로 생성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로켓 발사 횟수가 다른 운송 수단의 운행량보다 '아직은' 턱없이 작아 대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전 세계 항공기 운항 횟수는 하루 평균 10만 회가 넘는다.
하지만 머레이스 교수에 따르면 현재 로켓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5.6%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이 작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우주 관광 시장 연간 성장률이 17.15%로 나타나, 앞으로 로켓 발사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연료, 원심력 이용 로켓 발사 실험 등 친환경 로켓 기술 개발
다행히 로켓을 발사하는 기관과 기업은 이런 대기오염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연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한 예로 영국의 로켓 제조업체 오벡스(Orbex)는 생물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바이오 연료를 탑재한 로켓 '프라임'을 개발 중이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에 따르면 프라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석연료를 쓰는 비슷한 크기의 로켓보다 86% 적다. 또 다른 영국의 로켓 업체 스카이로라는 지난 2020년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대체 연료 '에코신'을 개발했다. 당시 스카이로라는 자체 시험 결과 에코신을 쓰면 로켓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 블루시프트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고체 바이오 연료를 탑재한 로켓 '스타더스트'를 목표한 고도까지 올려놓는 데 성공하면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 첫 상업용 로켓 발사' 타이틀을 얻었다.
아예 연료를 태울 필요가 없는 로켓 발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미국 우주개발 스타트업 '스핀런치'는 원심력을 이용해 로켓을 발사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발사대의 회전 팔에 로켓을 장착하고 빠르게 회전시켜, 로켓을 놓아 총알처럼 날려 보내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돌팔매질로 로켓을 쏘아 보내는 것이다. 이때 로켓은 최대 시속 8000㎞를 낸다. 위성을 궤도에 올린 뒤 분리된 로켓은 지구로 회수해 다시 사용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첫 발사 시험을 시작한 스핀런치는 올해 9월 27일 10번째 발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6년까지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1000㎞)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지구의 중력을 이기는 데 필요한 로켓 엔진은 쓰지 않아도 된다. 연료 사용량도, 발사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도 지난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이어 8월에는 달 궤도선 '다누리'가 발사되면서 우주 산업에 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앞으로는 로켓과 인공위성을 탄소배출 없이 발사하는 미래가 오기를 바라며, 기술과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K-우주 산업의 발전을 기대해 보자.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