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기업은 최근 물류비를 20%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서브원 포장기술연구소 컨설팅에 따라 상품별 포장재와 적재 방법을 변경한 결과다. 과대 포장을 줄여 포장 원가를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당 적재 물량을 늘려 운송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서브원 중앙허브물류센터 포장기술연구소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20년 2월 업계 최초로 설립된 연구소는 쇼룸과 시험·연구 공간이 결합된 체험형 공간으로 조성됐다. 포장재 관련 테스트와 샘플 제작이 모두 가능한 업계에서 유일한 장소다.
포장기술연구소는 컨설팅을 통해 포장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물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불필요한 과대 포장 요소를 짚어주거나 스티로폼·비닐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방식 등이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친환경과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2개의 대형 터치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연구소는 포장 솔루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CATIA' 'S-COAS' 프로그램을 각각 운용 중이다. CATIA는 항공기·선박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3D 모델링 소프트웨어(SW)다. 고객사가 유지하던 기존 포장 방식의 개선점을 3차원(3D) 모델링을 통해 찾기 위해 도입했다.
S-COAS는 서브원이 직접 개발한 시뮬레이션 SW다. 제품의 중량, 선적 물량, 운송 환경 등 데이터를 입력하면 최적의 포장 솔루션을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적정한 포장재 원단 종류부터 박스에 가해지는 하중, 최적의 선적 방법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업운영자재(MRO) 1위 기업으로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그램 정확도를 크게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간에는 다양한 크기의 실험 설비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연구소는 압축강도, 파열강도, 항온항습기, 드롭테스터 등 포장재 전문 검사 장비 15종을 갖췄다. 포장재 강도·신축성은 물론 제품이 적재됐을 때 충격 등을 실험을 통해 직접 측정한다. 솔루션 적용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실험 시설을 구축했다.
국내 전체 포장재 시장은 지난 2017년 44조원에서 올해 105조원(예상)까지 성장한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원가 절감이 산업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과대 포장을 지양하고 적정 포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다. 현재 서브원의 포장재 구매관리 서비스 관련 매출은 약 8500억원이다.
서브원은 이달 중 포장재 전문몰 '패커원'을 출시할 방침이다. 포장 솔루션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기업간거래(B2B) 전문몰이다. 향후 신선식품, 원예 등 다양한 업종에 적용 가능한 포장재를 개발·판매할 예정이다.
이상재 서브원 포장기술연구소 총괄 책임은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포장 솔루션을 찾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며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확실한 데이터 분석과 정확한 실험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상재 포장기술연구소 총괄 책임
이상재 포장기술연구소 총괄 책임은 국내 최고의 포장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997년 LG전자 입사 후 가전제품 포장재 설계 업무를 전담하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서브원이 포장재 사업부문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합류했다. 포장기술연구소 설립을 주도했으며 현재 연구소를 총괄하며 팀원들을 이끌고 있다.
그는 물류 산업에 있어 포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포장재 속에 담긴 제품의 안정성을 지키는 동시에 최대 효율을 가져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임은 “포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적재”라며 “적재하는 양을 무작정 늘리면 제품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적재하는 양이 적으면 과대 포장 등으로 인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장재 시장의 잠재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대다수 기업이 포장 방식 변경을 통해 물류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지만 과감하게 시도하지 않는다”며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에도 포장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임은 “불필요한 과대포장으로 인해 수출을 포기하거나 마진이 크게 줄어든 사례가 눈에 들어온다”며 “정부나 협·단체 차원에서 포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친환경 물류와 맞닿아 있다. 이 책임은 “최근 신선식품이나 꽃 등의 제품을 스티로폼 박스에 배송하는 경우가 많다”며 “습기에 강한 친환경 종이 소재 박스를 개발해 도입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