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ESG 열풍과 '그린워싱'](https://img.etnews.com/photonews/2210/1584930_20221023155923_269_0001.jpg)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용기를 '종이 용기'라고 홍보했지만 종이로 만들어진 겉면을 벗겨 내면 안쪽에 플라스틱 용기가 있어서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의미한다.
글로벌 친환경 컨설팅 기업인 캐나다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을 구분하는 '7가지 죄악'을 공개했다. △일부 친환경적인 속성만을 강조해서 환경 파괴를 유발하는 다른 속성을 감추는 경우 △정확한 근거 없이 해당 제품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명확한 의미 전달이 어려운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인증서와 비슷한 이미지를 부착해 인증된 상품처럼 위장하는 경우 △친환경과 관련 없는 내용을 연결해 왜곡시키는 경우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타사 제품보다 환경적이라는 근거로 친환경적인 제품이라 주장하는 경우 △미취득·미인증된 인증마크를 무단 도용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기업이 사회적책임(CSR)이나 홍보 담당 팀명을 단순히 ESG팀으로 바꾼다고 체질이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한 해 'ESG대응=홍보'라는 웃지 못할 일이 계속된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 '친환경' '에코'(eco)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한 활동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거 진짜 친환경 맞아?'라고 묻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고, 그린워싱으로 일컬어지는 행동에 제동에 걸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 세계 자산총액 상위 20개 ESG 펀드를 분석한 결과 각각의 펀드는 평균적으로 화석연료 생산업체 17개사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6개사는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에 투자하고 2개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1개사는 중국 석탄 채굴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녹색채권은 약 11조7000억원(약 105억달러) 규모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녹색채권을 발행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굴뚝산업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올해까지 영국 내 기업에 허위 친환경 광고를 일체 삭제할 것을 권고했고, 광고 내 탄소중립 공약을 포함할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그린워싱 조사 및 관련규제를 강화하고, ESG 관련 위반 조사를 위해 지난해 3월 집행부서 내 ESG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린워싱 리스크가 큰 ESG 펀드를 거래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지난 5월 ESG 펀드 '이름 규칙'(Name Rule)을 개정했다. 펀드명에 투자 지역, 대상, 목적 등이 암시된 경우 펀드 발행자는 모집 자금의 80% 이상이 해당 요소에 투자될 것이라는 투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가치'(value), '성장'(growth), 'ESG' 가운데 하나라도 사용할 경우 이러한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20년도 더 지난 ESG 투자 기준이 왜 지금 다시 화두로 등장한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로 이어진 심각한 환경파괴 때문이다. 1970~2020년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개체수가 평균 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25ppm에서 415ppm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기업도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C레벨 차원에서 ESG경영 방향 설정과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ESG는 기후위기 시대 민주주의와도 같은 시대정신이다. 한 번의 유행으로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젠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shkay@climatechang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