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에 따른 이용자 피해보상이 어떻게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다. 카카오가 유료 서비스뿐 아니라 무료 서비스 이용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데다 특히 카카오 서비스를 생계로 활용했던 소상공인들이 많았던만큼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에 관심이 쏠린다. 4년 전 KT 통신구 화재 당시 영업 차질을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상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플랫폼 서비스 차질에 대한 보상은 처음이다.
카카오는 지난 19일부터 신고 채널을 열고 사례 접수를 시작했다. 향후 2주간 피해 사례를 접수 받은 뒤 이를 분석해 구체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외에도 현재 소상공인연합회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회 앞에도 피해신고센터가 설치됐다. 일부 카카오 계열사들이 내놓은 보상책이 '서비스 이용자들을 우롱하는 수준'이라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피해 단체들과 함께 직접 접수 창구를 열었다.
◇소상공인연합회 “23일 오후 4시까지 1450건 접수”
카카오 서비스 피해 접수는 여러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자체 카카오 채널을 통해 서비스별로 피해를 접수받고 있다. 아직 피해 접수 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향후 다양한 채널로 접수된 피해 사례를 종합 분석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까지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개인별로 사례가 다양하고 서비스 분야도 광범위해 보상 범위를 설정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접수 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3일 16시까지 1450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피해 접수 첫날 들어온 건수는 174건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당초 21일까지만 접수 받을 계획이었으나 더 연장해 31일까지 추가 접수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21일까지 접수된 사례를 기준으로 '운수업(택시·용달 등)'이 33.57%로 가장 많이 신청했고, 이어 외식업(24.19%, 한식·중식·피자·치킨·분식·커피 등), 도소매업(13.99%, 의류·화훼·조명·가전 등), 서비스업(16.52%, 헤어·네일·피부관리·광고대행·골프·상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로 나타났다. 카카오T 프로멤버십, 카카오T 블루, 카카오 광고, 멜론, 테이블링, 다음메일 유료 서비스 등이 대표적 유료 피해 서비스다.
네이버 카페,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카톡 손해배상' 등의 이름을 내건 모임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 향후 대규모 피해 보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관건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일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상 받기까지는 매우 험난한 절차를 인내해야만 할 것”이라며 “카카오가 어떤 대책을 들고나올지에 따라 제2의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피해를 입증하지 못한 이용자에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매출 손해액을 일괄 산정해서 지급했다. 당시 KT는 소상공인 1만2000명에 최대 120만원을 지급했다. 또 개인 고객에는 피해 정도에 따라 1~6개월 이용료를 감면해주는 '통큰' 보상책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적극적인 피해 보상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 4조2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도 앞서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휘청거리거나 재무적으로 다른 사업을 못 하게 되는 정도의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범수 창업자, '국감장'서 어떤 말 할까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 먹통'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감에서 갑질 및 독과점 문제를 지적받았던 카카오는 올해도 공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성하 SK㈜ C&C 대표이사 등이 과방위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앞서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타개를 위한 포럼 참석과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 준비가 사유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경우 이번에도 국감장에 나설 경우 4번이나 출석하게 된다. 먹통 사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만큼, 김 창업자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과 보상 방안, 향후 재발방지 대책 등을 따져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독과점과 쪼개기 상장 등 이슈까지 맞물러 강도 높은 심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직접 통큰 보상책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투자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면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경영 복귀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지 여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