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언어와 인지발달을 돕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이 개발됐다. 기존 독해와 문법 중심 암기 위주의 영어교육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영어 능력을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로봇 제조 전문기업 레드원테크놀러지(대표 박경희)는 지난해 7월부터 내년 12월까지 2년 6개월간 순천대·서울대·금오공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주관한 '사회적 상호작용 기반 다중로봇 자율주행을 위한 3차원(3D) 시맨틱 신(Semantic Scene) 구성 응용 기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주변 환경이나 상황 등을 인식한 자율주행 AI인 '모볼(MoVol)'을 개발했다. '엄마처럼 아이를 돌보는 마음을 가진 자원봉사자(Mother volunteer)'라는 의미인 모볼은 안전을 위해 외형은 원통형으로 제작됐다. 주변 환경을 3D로 인식하고 상황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AI 로봇으로 아동 언어 및 인지발달을 돕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3D 공간 인식 원천기술을 금오공대가 확장해 로봇이 환경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순천대는 아동과 로봇이 대화할 수 있는 영어문장 생성과 교육 서비스 기술에 대한 모든 소스를 제공하고 레드원테크놀로지는 최종 로봇에 구현했다.
연구팀은 모볼 개발에 자율주행·상황인식·자연어처리 기술 등을 적용했다. 3~6세 아동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의미와 맥락을 반영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어린이가 사용하는 말뭉치와 지식베이스를 구축해 뉴럴-심볼릭 AI 기반의 자연어 표현·처리·이해 기술을 사용했다. 시·공간 상황과 맥락을 인지하도록 상황 지식기반 추론 및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자율주행과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을 이용했으며 맞춤형 교육을 위해 대화 내용도 저장·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볼은 자율주행을 하면서 환경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질문을 만들어 아동과 대화하거나 아동 질문에 상황을 고려해 답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책상 위에 컵이 무슨 색이에요?(What color is the cup on the desk?)”라고 말하면 모볼은 “노란색이야(It's yellow)”라고 대답한다.
특히 아동 언어발달 수준을 판단, 수준별 맞춤 대화를 형성해 아동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모볼과 상호작용을 통해 아동의 언어능력, 인지능력, 행위능력을 증진 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모볼을 교육 현장에 도입하면 기존 교과서 위주 2차원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상황·맥락을 인식한 3차원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어 학습과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로봇이 아동의 친구가 되는 경험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1단계가 끝나는 2024년에는 로봇과 아동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영어와 한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유치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용할 방침이다. 이후 클라우드 환경에서 어린이 맞춤형 창의적 K-에듀 플랫폼 서비스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용선 레드원테크놀러지 기술이사는 “그동안 영어교육은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제외하고 교과서나 자료를 통해 맥락과는 상관없는 교육을 해왔다”며 “아동이 속해 있는 유치원 공간을 모두 3D 스캔으로 로봇에게 인식 시키고 환경에 맞춰 대화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을 구축해 인지·신체·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아기 언어발달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볼은 기존 지식 전달 위주 교육 방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아동이 접하고 있는 사회적 맥락의 특성을 따른 상호작용을 유발하면서 인지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증진할 수 있다”며 “아동이 처해 있는 환경의 사회적인 요소를 적용한 모볼은 아동의 전인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