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이륜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는 올해 글로벌 전기이륜차 시장을 74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오는 2027년 해외 시장규모는 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도 역시 빠른 성장세다. 2019년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이륜차는 1만2003대였지만, 지난해는 1만8000여대로 늘었다. 정부는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오는 2030년까지 현재 내연기관 이륜차를 모두 전기이륜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공장 구축에 10조3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발표한 세계 1위 전기이륜차 대만기업 '고고로'가 이번엔 국내 이륜차 선두기업 바이크뱅크(대표 김민규)와 손잡고 한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고고로 한국 진출은 국내 이륜차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이륜차 및 충전플랫폼 선두기업 고고로의 엘른 판 글로벌 마케팅 CEO는 27일 대구를 방문한다. 엘른 판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국제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를 참관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방문 목적은 따로 있다.
엘른 판 CEO 일행은 이날 한국 독점공급 계약기업인 바이크뱅크와 함께 한국 전기이륜차 시장을 조사하고, 전기이륜차 판매와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심도 있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고로가 바이크뱅크와 손잡고 대구에 전기이륜차 대량생산을 위한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자리다.
고고로 한국 진출은 국내 이륜차 시장에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고고로는 대만에 본사를 둔 전기이륜차 플랫폼 기업이지만 세계 최초로 배터리 교체형 충전스테이션을 개발, 대만 전기이륜차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대만에서만 10억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고, 최근 들어 유럽과 인도,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이다.
이처럼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고고로 임원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 가능성을 이미 현지에서 간파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전 세계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도 배기가스 배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과 지원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배달산업이 급성장한 국내 시장의 경우 배달용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해야 배기가스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 배달 라이더를 만족시킬만한 성능과 품질이 보장되는 전기이륜차와 충전스테이션은 드물다.
이번에 고고로가 한국 독점공급 계약을 맺은 바이크뱅크와 함께 국내에 전기이륜차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 실제 생산에 나서고, 자사 배터리 충전스테이션을 도입한다면 긴 충전 시간과 제한된 주행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배달과 택배업계를 중심으로 전기 이륜차 보급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전기이륜차 플랫폼사인 고고로가 국내에서 2000여개 공급처, 400여개 서비스망, 8000여대 렌트차량을 운용 중인 업계 선두 바이크뱅크와 손잡고 국내 생산에 나설 경우 산업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긍정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수한 품질 전기이륜차와 충전스테이션이 저가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대체하고, 전기이륜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정부 친환경 전기모빌리티 보급 및 확대 정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고고로의 검증된 전기이륜차와 바이크뱅크의 차별화된 렌트 상품 경쟁력이 더해져 국내 전기이륜차 배달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구로서는 글로벌 전기이륜차 기업 지역 투자유치로 관련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규 바이크뱅크 대표는 “국내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가 어려웠던 것은 높아진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고로가 국내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바이크뱅크와 손잡고 검증된 전기이륜차와 충전스테이션을 국내 소비자들이 활용한다면 국내 이륜차 문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고로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토대로 국내 이륜차 문화를 선도하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진하고 우리 정부의 전기모빌리티 보급·확대 정책에도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