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대학은 수업이 지나치게 어렵고 학점을 낮게 주었다는 학생들 청원으로 메이틀랜드 존스 교수를 재계약하지 않았다. 학생들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존스 교수는 2017년 '가장 멋진 교수 8명'에 선정된 유기화학 분야 저명한 학자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매 학기 강의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종 대학평가 항목에 강의평가 실시가 포함돼 참여율을 높이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거의 모든 대학은 반드시 강의평가에 응답해야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은 강의평가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극소수 학생이긴 하지만 성적을 급하게 확인하기 위해 성의없이 강의평가에 응답하기도 한다.
강의평가 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제도로 평가 결과는 학생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강의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재계약이나 승진에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되기도 하고 평가 결과가 낮은 교수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수역량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강의평가 결과 공개는 학생들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강의평가의 공개와 익명성은 마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상품평의 평점처럼 낙인효과를 초래해 강의평가 결과를 알고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선입견을 주게 되어 평가 결과가 매 학기 반복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대학의 공식적인 강의평가 이외에도 대학생들의 SNS 커뮤니티에서는 더욱 적나라한 평가가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성적에 불만이 있는 일부 학생들이 SNS에서 갑론을박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떤 교수는 강의실에서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고 강의를 최소화하고 연구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등의 전문상담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기도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대학이 성적평가에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어 학생 간 성적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은 성적 받기 쉬운 과목,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성향은 강의평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에서는 강의평가 결과가 낮은 교수들에게 교수학습전문가의 전문적인 수업 진단과 관찰을 통한 수업 컨설팅과 교수법 향상을 위한 워크숍 참여, 현재 수업의 문제점과 수업 개선 방안을 포함하는 구체적인 수업 운영 계획서 작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모든 교수에게 매 학기 강의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 학기 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CQI(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제도를 통해 강의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강의평가 결과에 대한 CQI와 다양한 교수역량 강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도 강의평가는 시행되었으나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일부 교수들이 있었고, 학생들의 강의평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충돌하기도 했다.
대학에서의 강의평가 제도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추구해야 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강의평가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강의평가의 진정한 의미와 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인지시키고 평가 시 지켜야 할 교수에 대한 기본 에티켓 관련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학생들은 강의평가에 응답할 때 보다 성숙한 관점에서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고언을 상대방 입장에서 심사숙고하고 책임감 있게 제안해야 한다.
셋째, 교수들은 학생들의 지적 및 정서적 수준을 고려해 수업 난도를 조절하고 변하는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해 학생들이 만족하고 수업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교수들은 소수의 주관적인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매 학기 강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교수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수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의무적 참여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 참여를 통해 수업에 반영하고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많이 아는 것만으로 잘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잘 가르치기 위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을 배려한 수업으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장은정 동덕여대 교수, 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회장 ejjang@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