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따라 점점 더 강해지는 코로나19 중화제 개발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오승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변이에 스스로 적응해 더 강한 효과를 내는 맞춤 성장형 코로나19 중화제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화제는 바이러스 진화를 역이용해, 변이가 거듭될수록 더 우수한 효과를 내도록 설계됐다.

오승수 포스텍 교수(왼쪽)와 이민종 씨
오승수 포스텍 교수(왼쪽)와 이민종 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감염력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세포 표면 단백질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hACE2) 수용체와 상호작용이 강해지도록 구조를 바꾸며 진화하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와 중화제 기술들은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변이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와 hACE2 수용체 사이의 '핫스팟(결합 주요 부위)' 상호작용 원리를 모방, 세포 감염을 획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단백질 조각과 핵산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중화제가 마치 미끼처럼 수용체 대신 바이러스와 강력히 결합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는 것이다.

hACE2 수용체 모방 하이브리드 중화제 개발 과정. 연구팀의 독자적인 시험관 진화 기술(HOLD)을 통해 개발된 펩타이드-핵산의 하이브리드 중화제는 COVID-19 변이에 더욱 우수한 중화 효능을 보인다.
hACE2 수용체 모방 하이브리드 중화제 개발 과정. 연구팀의 독자적인 시험관 진화 기술(HOLD)을 통해 개발된 펩타이드-핵산의 하이브리드 중화제는 COVID-19 변이에 더욱 우수한 중화 효능을 보인다.

이 중화제는 'HOLD(Hotspot-Oriented Ligand Display)'라고 불리는 연구팀의 독자적인 시험관 진화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HOLD는 10조 개에 이르는 수많은 후보물질 중 바이러스 결합에 가장 적합한 물질이 자동으로 선별되는 기술이다. 자연계에서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더 잘 살아남는 자연선택 이론과도 유사하다.

연구 결과 이 중화제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뿐만 아니라, 전염력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우수한 중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 성능(평형해리상수)은 1.209나노몰(nM, 1nM=10억분의 1몰)로, 초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중화 성능보다 5배 가량 더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승수 교수는 “변이 발생에 맞춰 더 우수한 성능을 갖도록 스스로 진화하는 중화제 개발 플랫폼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통합과정 이민종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나 한타바이러스 등 다양한 형태의 치명적 바이러스로 인한 차세대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26일 세계적 권위의 다학제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