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이미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달면서 '이재용의 삼성' 시대를 열었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1987년 12월 45세에 회장직에 오른 이건희 회장보다는 9년 정도 늦은 나이다.
이 회장의 그동안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같은 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회장직에 오른 27일에도 그는 별도 취임 행사 없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해야 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작년동기 대비 31% 하락한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는 등 경영환경도 평탄하진 않다.
그럼에도 책임 경영과 새로운 삼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면서 조직 안정성을 높이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에 나서길 바란다. 경영 전면에 나선만큼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 주도권 확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반도체 업황도 이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주도권이, 삼성이 강점을 갖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전환하는 데도 현명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선대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같은 메시지도 이 회장이 조기에 제시하면 좋겠다. 혁신을 선도할 '뉴 삼성'의 비전 제시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조해온 '사회적 책임'도 잘 지켜가야 한다. 대표기업으로서 투자와 고용 확대는 물론, 국격 상승에 대한 기여까지 재계와 국민이 삼성에 거는 기대에 잘 부응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