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47〉일반 특허와 표준 특허의 차이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이 중요해지면서 다양한 특허 관련 용어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로 상반된 지향점을 담고 있는 단어가 조합된 용어를 마주칠 때가 있다. 다름 아닌 표준특허다.

먼저 특허란 없었던 물건 또는 물질을 최초로 만들어 낸 발명 등에 대해 이를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새로 공개했을 때, 공개한 대가로 새로운 방법과 물건에 일정 기간 부여되는 독점적 권한을 말한다. 이러한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미 국내에 알려져 있거나 이미 실시·사용되고 있는 국내 간행물에 기재된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또한 새로운 발명이라도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특허라 할 수 없다.

특허를 부여받기 위해 해당 기술 내지 물질이 산업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학술적·실험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는 특허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상에서 열거한 특성을 갖춘 것들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한다. 특허권자에게는 특허권을 활용해 적절한 보상을 주고 실시권자에게는 특허기술이 적용된 제품 생산 등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는 원동력의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배타성을 부여, 독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에 반해 표준은 전혀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표준은 기술 공유 및 첨단기술의 사회적 확산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를 통한 시장 보급 및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해당 기술을 공개해야 하며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제반 내용 역시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표준의 개념 역시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향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상호간의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환경이 더더욱 중요해지면서 표준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이처럼 '표준'과 '특허'는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에 상충적 관계는 기술개발 및 시장경쟁이 치열한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표준 특허 등장으로 공존하는 관계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념적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 표준특허이다. 표준특허는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서는 구현 불가능한 특허로 '필수특허'라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5G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5G 기술이 바로 표준특허에 해당한다. 이러한 표준특허는 일반특허와 달리 기본적으로 침해 주장이 매우 용이하며 침해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특허의 경우를 여타 특허와 달리 표준특허라 하여 다른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다. 특히 표준특허에 포함될 경우 자신이 갖는 특허에 대한 독점적 권한이 일부 완화되고 많은 사람이 편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가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국가들이 저마다 표준특허를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과거에는 표준특허를 후행적으로 평가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러 후보 기술 중 국제적 사용도, 기술 편리성 등이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확인되면 이들 중 가장 표준화가 용이한 기술을 표준특허로 인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행표준 또는 병행표준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아주 짧은 시간 내 국제적인 표준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시장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표준특허가 선행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다분히 정치력, 외교력, 국력 등에 의거해 결정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표준특허가 더 중요한 부분은 ICT 분야이다. ICT 분야가 주력 산업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표준특허 획득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기술력을 인정하기 위해 기술적인 접근 못지않게 정치·외교적 노력도 함께 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