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겨울. 논이 사방에 펼쳐진 어느 교외 지역에서의 일이었다. 당시 어렸던 목격자는 차량 운전석 뒷좌석에서 창밖 하늘을 보던 중 생전 처음 보는 비행체를 목격했다. 색은 흰색. 중앙이 양 끝보다 두꺼운 시가형 물체가 왼편에서 차량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목격자는 이를 처음 봤을 때 '북한이 쏜 미사일인가?' 하고 떠올렸는데,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비행체는 이내 차량 천장을 지나쳤다. 목격자는 이를 계속 살펴보기 위해 조수석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는데, 으레 반대편에서 볼 수 있으리라 여겼던 그 비행체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는 기자가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UFO) 목격 기억이다. 이렇듯 본적 없는 겉모습, 갑작스레 나타났다가 자취를 감추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UFO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끈다. 그러나 그 진위를 따지고 들면 의견이 갈린다. 많은 이들이 존재를 부인한다.
UFO는 아직 미신의 영역에 있다. 미신은 비과학적, 비합리적인 믿음을 뜻한다. UFO는 그 존재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사진이나 영상은 조작할 수 있고, 실제 상당수가 그랬다. 목격담은 그 사람이 진실해도, 잘못 본 것일 수 있다. 기자부터도 혹자가 '헛것을 본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부정할 논리가 옹색해진다. 누구나 헛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UFO는 세상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움직임을 보인다. 비합리적이다. 과학적인 존재 규명, 움직임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UFO에 대한 진위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UFO가 미신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미국은 과거 냉전 시기, 물론 안보 확보 차원으로 이뤄진 일이지만 공군이 나서 '블루북 프로젝트'를 진행해 UFO에 대해 알아본 전례가 있다. UFO에 늘 부정적이었지만, 관심은 보였다.
그러던 중 뜻밖에 지난 5월 17일, 미국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미확인 비행현상(UAP)'의 존재가 공인됐다. UAP는 UFO의 유사 표현으로, 그 현상 자체에 주목하는 말이다. 그 유래와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관련 현상이 실존한 것은 확실하다는 내용이 이 청문회에서 언급됐다.
스콧 브레이 미 해군 정보부 부국장은 청문회에서 “UAP 기원이 지구가 아니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외계 지적생물체 연관성에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UAP 사례가 400건에 달한다”고 확언했다.
급기야 미 항공우주국(NASA)이 UFO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NASA는 이미 우주비행사와 다양한 분야 학자를 모아 16명 규모 연구팀을 구성해 UFO 관련 자료 분석을 진행한다. 내년 중순 무렵에서는 UFO 자료 분석 종합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 5월 청문회 내용과 최근 NASA의 연구는 UFO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외신은 이를 두고 '미국 정부의 태도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태도 변화와 관심에 힘입어 UFO가 헛된 것인지, 아니면 실존하는지 알아낼 날이 조금은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