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애호가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자율주행이 육·해·공으로 확산하는 오늘날 아인슈타인의 이 말은 머지않아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자전거에도 자율주행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들이 속속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 시장, 폭발적 성장
1791년 두 개의 나무 바퀴를 단 목마형 자전거를 거쳐 1918년 최초 특허 등록된 '드라이지네' 등장 이래, 자전거는 재료와 구동계 및 디자인의 꾸준한 발전에도 비교적 초기 모습을 간직한 운송 수단이었다.
인간의 페달링이 동력의 원천이다 보니 변신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은 자전거 동력에 전기라는 매력적 옵션을 제공하게 됐고, 팬데믹과 고유가로 인한 자전거 수요 증가와 맞물리며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라이더가 전기자전거를 추가 구매하는 수요도 있지만 수동 페달링의 버거움으로 인해 자전거를 가까이하지 못하던 거대 비 고객층을 고객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필자도 그 사례 중 하나로, 중년 이후에는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았지만 올봄 전기자전거 두 대를 마련해 부부가 함께 반려견을 태우고 라이딩하는 것이 일상의 큰 즐거움이 됐고, 최근에는 출퇴근 수단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유럽자전거산업연맹(CEBI)은 2021년 중국에서 3000만대, 유럽에서 500만대 전기자전거가 판매됐고 2020~2023년간 세계 판매량이 1억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2019년 212억달러였던 세계시장 규모가 올해 273억달러로 성장하고, 2025년에는 36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시장 확장세와 맞물려 자동차기업의 전기자전거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포르쉐는 2021년 1000만원을 호가하는 전기자전거 2종을 출시한 데 이어 전기자전거 제조사와 전기자전거용 모터 및 배터리 전문기업을 인수하며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3년 일찌감치 전기자전거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던 BMW는 2021년 IAA모빌리티쇼에서 최대 300㎞ 거리와 최대 시속 60㎞ 고속 주행이 가능한 두 가지 모델을 선보였으며,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4종의 전기자전거를 출시했다. 전기 트럭 제조사인 리비안은 미국특허청(USTPO)에 상표권 사용 범위를 전기자전거로 확장하고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등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율주행 자전거는 대학 및 개인 중심으로 연구 중
자전거 전동화와 자율주행기술 발전은 자전거에 자율주행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촉발했고, 구체적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2021년 중국 화웨이의 AI 엔지니어가 개인프로젝트로 개발한 획기적 성능의 자율주행 자전거다. 아직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원반 회전 모멘트를 이용한 자세제어 모듈 기술로 기울기를 보정함으로써 주행 중일 때뿐만 아니라 정지상태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난간 위에서도, 한 바퀴로도, 한쪽 핸들에 물건을 부착해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라이다(LiDAR)와 카메라를 통해 차선과 교통표지판, 나아가 주위 장애물까지 인식하며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은 호출 시 삼륜으로 이용자에게 자율 이동하고 활용 시 이륜으로 전환되며 사용 후 다시 삼륜으로 바뀌어 충전스테이션으로 자율 이동하는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MIT 캠퍼스에서 시험 주행 중인 이 자전거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 시 3륜으로 변환하는 현실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자전거 공유시스템의 효율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2018년 포스텍 학생이 자전거 기울기와 방향, 핸들 각도를 제어하는 입력값을 관성 센서에 보내 균형을 잡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자전거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보통신기술 명품인재 양성사업의 대표적인 성과로 소개될 만큼 주목받았는데, 이후 진행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 자전거의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기대는 충분
최근의 성과에도 자율주행 자전거는 기술 완성도와 경제적 타당성 확보, 그리고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하는 등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사람과 장애물로 혼잡한 길을 자율주행하는 것도, 자율주행시스템의 가격 경쟁력 확보도 만만치 않은 과업이며 과연 자율주행 자전거가 얼마나 유용할 것인지 회의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IT는 보스턴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자율주행 공유자전거 1000대가 스테이션 방식의 일반자전거 3500대, 비스테이션 방식(dockless)의 일반자전거 8000대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공유교통 시스템의 한 축으로서 가치를 입증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환경 이슈에 부응하고 시각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이동 수단 선택권을 확대하며 최근 급증하는 자전거 사망사고 예방 등 다양한 효과도 기대된다. 세계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을 우리나라의 멋진 자전거길을 자율주행 자전거로 누구나 안전하게 누리게 될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
글: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