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사태 확산 속 '대선주조 논란' 재점화...지배구조 부실 드러나

전국화학노조 산하 푸르밀 노조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화학노조 산하 푸르밀 노조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푸르밀 사업종료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노동조합과 낙농가가 사업 종료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폐업인만큼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긴 어려운 상태다. 사태가 커지면서 오너 일가의 부실 경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푸르밀 이사회는 오너일가가 장악하고 있고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과거 '대선주조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이번 푸르밀 사태 역시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2009년 롯데우유에서 독립한 이후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았다. 현재 이사회는 신동환 대표와 김재열 푸르밀 부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고 신준호 전 회장의 딸이자 신 대표의 여동생인 신경아 이사가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신 이사는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13년째 이사직을 맡고 있다.

감사직에는 최종윤 감사가 신 대표 취임 이후 선임돼 작년 중임됐고 현재까지 이를 맡고 있다. 최종윤 감사는 신동환 대표와 동갑내기로 내부에서는 신 대표의 지인이라 알려진다.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에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외이사를 둬야 하지만 비상장사인 푸르밀은 이를 견제할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이번 푸르밀 사태로 재점화된 '대선주조 논란'도 푸르밀 오너 일가의 도덕성 비난에 불을 붙였다. 대선주조는 지난 2004년 신준호 푸르밀 전 회장이 사돈인 최병석 전 대선주조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매입, 3년 만에 사모펀드에 되판 지역 소주업체다. 최 전 회장은 신동환 회장의 부인인 최윤숙씨의 부친이다.

당시 신 전회장은 대선주조를 사고팔면서 유상감자와 이익배당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횡령) 등으로 기소됐지만 최종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푸르밀 노조 관계자는 “푸르밀은 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인 2018년부터 매출액이 감소, 영업손실인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에서 비롯됐다”고 토로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가나 초코우유' 등 제품을 만든 유가공 전문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시작해 범 롯데가 기업으로 꼽힌다.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해 왔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