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데이터센터 전기실 상당수가 지하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로 점화된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본지가 수도권 16개 대형 데이터센터를 조사한 결과 75%인 12곳이 주 전기실을 지하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 전기실이 지상에 있는 곳은 KT목동2센터, 삼성SDS 동탄센터 등 4곳으로, 주 전기실과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 보조 전기실을 모두 지상에 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UPS실과 배터리실을 지하 1개 층에 함께 배치한 곳은 8곳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SK(주) 판교데이터센터처럼 지하 1개 층에 주 전기실과 보조 전기실을 모두 배치한 곳도 3곳 있었다. 데이터센터 전문가는 “국내 데이터센터는 통상 지하 1개 층에 주 전기실과 보조 전기실 일체를 두고, 다른 1개 층에 난방과 공조를 비롯한 기계실을 배치한다”면서 “최근 대용량·이중화 필요성이 제기되며 주 전기실은 지하에 두고 보조 전기실은 지상에 두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전기실을 지하에 설치한 이유는 부지 확보 어려움, 지중화된 전력 케이블 설치 용이성 때문이다. 해외와 달리 공간 확보가 어려운 국내 수도권은 부지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국회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전기실을 지하가 아닌 지상에 두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전기실의 위치는 화재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며, 카카오 사태 이후 지속되는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전문가는 “자칫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센터 전기실의 탈 지하화 규제가 구체화되면 데이터센터 기업 전체는 물론 이용 기업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국내 주요 데이터센터 전기실 현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