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원격의료, 코로나19 계기로 전면 확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원격의료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격의료가 의료 격차 해소와 미래 의학 패러다임 변화에 필수적인 도구라는 지적이다.

하루오 쿠로키 시교노카이 의료법인 이사는 최근 열린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준비 심포지엄에서 “일본은 재진에 대해서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다가 코로나19 비상조치를 통해 온라인을 통한 초진과 약 배달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면서 “인구 감소로 고령화 인구가 늘고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전면 허용으로 전환했으나 원격의료에 대한 일반 국민과 의료진의 인식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제로 꼽혔다. 쿠로키 이사는 “원격의료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국민은 49%에 이르지만 이를 실제 경험한 것은 1.9%뿐”이라며 “원격의료가 충분히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은데다 의료진 사이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30개 중앙의료기관과 1000개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원격협진과 진료를 시작한 베트남은 원격의료가 더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응우옌 란 휴 하노이대학병원 이사는 “코로나19는 원격의료가 확산되는 좋은 기회가 돼 올해 6월 기준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수가 8000개로 늘어나고 상급 병원과 하위 병원이 원격으로 함께 환자를 보고 있다”면서 “관련 법제도 체계를 정비하고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기술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27일 한국원격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한국의 원격의료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7일 한국원격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한국의 원격의료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립싱가포르대학병원시스템(NUHS) 주도로 원격의료 건강 상담과 진료를 볼 수 있는 첫 공공헬스 앱인 'OneNUHS'를 운영한 경험을 소개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격상담을 예약하면 영상 연결을 통해 진료를 볼 수 있다. OneNUHS를 통한 챗봇을 통해서도 최근 매달 9000건가량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연사로 참여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은 “원격의료는 물리의료 접근성을 높여 격차를 해소하고 4P(정밀, 예방, 예측, 참여)로 요약되는 미래의학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으로 격리 환자, 재난 상황, 만성질환 모니터링, 단순 재처방 등 논쟁의 여지가 적고 위험도가 낮은 영역부터 시작해 일반적인 공중 보건 분야로 서서히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가체계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할 유인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행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가치기반 수가체계(value-based reimbursement)로 개편해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